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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복된 유조차에서 '기름 쟁탈전'… 뒤이은 폭발로 153명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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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 '안전 불감증' 대형 사고

경찰 제재에도 수백명 몰려들어… 주민이 핀 담배가 화재 원인인 듯

25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州) 바하왈푸르의 고속도로에서 유조차가 전복된 뒤 불이 나 최소 15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전복된 유조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가져가려던 인근 주민들이 차량 주변으로 몰려든 상황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컸다고 AP는 전했다.

사고 유조차는 이날 오전 6시쯤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펀자브주 주도인 라호르로 향하다 물탄시(市)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바하왈푸르 지역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중심을 잃고 전복됐다. 이 사고로 차량에 실렸던 기름 약 4만L가 쏟아졌다. 인근 람잔푸르 조야 마을의 이슬람 사원은 확성기를 통해 "유조차 전복으로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는 경고 방송을 했다.
조선일보

25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州) 바하왈푸르 고속도로에서 유조차가 전복된 뒤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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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방송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대피하는 대신 흘러나온 기름을 가져가기 위해 통을 들고 현장에 모여들었다. 일부 주민은 오토바이를 타고 와 유조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자신의 오토바이에 넣기도 했다. 현장 구조대원은 "경찰이 주민 접근을 막으려 했지만, 수백명이 한꺼번에 모여든 탓에 제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주민들이 모인 지 45분 만에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 폭발로 주민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 75대와 인근에 있던 자동차 6대 등이 불탔다. 목격자들은 "현장에 몰렸던 일부 주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했다. 파키스탄 경찰 당국도 "초기 조사 결과,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 중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응급구조대 책임자인 리즈완 나세르는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대부분이 온몸에 70% 이상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일부 사망자는 불에 심하게 타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파키스탄 당국은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DNA 확보에 나섰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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