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세션’ 현장
싼 물가, 통신 인프라 좋아 벤처 몰려
부동산 거래, 호텔·식당 예약도 척척
전문가들 매주 모여 최신 정보 공유
테러집단 자금 모집 경로 우려 있지만
발전하는 산업 통제 시도에 반발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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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에 대해 제재하겠다는 발상부터가 구시대적이죠.”(리시아나 무시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프로그래머)
지난 20일 인도네시아의 최대 관광 도시 발리에서는 ‘비트코인 설전’이 벌어졌다. 발리 시내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스타트업을 위한 공유사무실) ‘후붓’에서는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비트코인에 관한 최신 정보를 주고받는 세션이 열린다.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토론 거리를 발제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개발된 세계 최초의 가상 화폐다.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을 뜻하는 ‘코인’(coin)의 합성어로 일종의 암호화된 가상 화폐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들이 안전 자산 혹은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며 몸값이 치솟고 있다. 2009년 탄생 초기에 1비트코인(BTC) 가격은 1센트 이하였지만 최근 1BTC 가격이 3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5일 현재 1BTC당 2631달러)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가상화폐가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제일 큰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후붓에서 2년째 열리고 있는 비트코인 세션은 비트코인 전문가이자 정보기술(IT) 컨설턴트인 개리 딕스트라와 후붓이 공동 주최한다.
이날도 세계 각국에서 온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50명 넘게 참석했다. 미국·이탈리아·러시아·중국 등에서 온 이들은 가상화폐 채굴(화폐를 얻기 위해 암호화된 문제를 푸는 행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부터 재테크 일환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지난 20일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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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급증하는 자국내 가상화폐 채굴 공장을 그렇게 규제하려고 해도 안 먹힙니다. 이번 달에도 중국내 비트코인 관련 기업들이 수십억 위안씩 투자를 받고 있는게 현실이고요.”(개리 딕스트라, 미국 IT 컨설턴트)
“라이트코인·대쉬 등 다른 가상 화폐로 갈아타야 하나요?”
“그건 여기서 물을게 아니기도 하거니와 그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는 문제겠죠.”(마이크 민델, 미국 IT 프리랜서)
관광 도시인 발리에서는 이같이 비트코인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는 자리가 매주 20여곳 넘게 열린다. 일부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발리를 ‘비트코인의 성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비트코인이 왕성하게 거래되는 곳인데다가 비트코인 관련 정보가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발리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부동산 거래부터 호텔·식당 예약, 중고품 거래도 할 수 있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설치한 가상 지갑을 열고 상점에서 보여주는 QR 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완료된다.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발리 시내 비트코인 현금입출금기(ATM)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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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 열풍은 비트코인이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더리움·라이트코인·대쉬 등 다양한 가상화폐 후발주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상 화폐 시장 점유율은 올초 87%에서 24일(현지시간) 현재 39.2%까지 내려왔다. 반면 이더리움의 시장 점유율은 31%까지 올랐다.
세계 주요 국가들도 가상 화폐 광풍에 대한 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각국의 제재에 대한 전망 또한 이날 비트코인 세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EU는 이달 초 50억 유로(약 6조3500억원)을 3년 동안 투입해 지하경제를 잡는 ‘프로젝트 티타늄’을 시행하기로 했다. 20일 영국·독일·스페인 등 6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학계·사법 기관·전문가 등과 공조한다는 세부 계획을 밝혔다.
티타늄 프로젝트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 이후 EU가 내놓은 대책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이 해커들에게 비트코인으로 몸값을 지불했지만, 정작 범인을 검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 의회에 지난달 발의된 ‘테러 자금 및 위조 화폐 방지 법안’에도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에 대한 제재가 포함됐다.
가상 화폐에 대해 호의적인 편인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상 화폐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집단들의 자금 모집 경로가 되고 있다”며 우려한다.
그러나 이날 세션 참석자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제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매년 수십배씩 증가하는 가상화폐 거래량을 기존 금융거래처럼 실명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해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발리(인도네시아)=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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