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6조, 미국 버라이즌이 13조”
참여연대 주장, 기본 통계조차 틀려
사내유보금 거의 공장·설비에 투자
기업들 현금으로 쥔 돈 11% 안 돼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주최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 “SK텔레콤의 사내유보금은 16조원으로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보다 약 3조원가량 많다”며 “국내 통신사의 가격 거품과 초과 이익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 부진 문제를 거론할 때도 자주 등장했지만, 통신 기본료 폐지 논란에도 어김없이 ‘사내유보금’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우선 참여연대가 제기한 내용을 살펴보면, 숫자부터 맞지 않는다. 참여연대가 SKT 사내유보금이 16조원 규모라고 밝힌 것은 2015년 9월에 나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도자료 ‘SKT 사내유보금, 가입자 1억 버라이즌보다 많아’를 인용한 숫자로 기준 연도는 2014년말이다. 그러나 당시 SKT의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사내유보금은 14조1800억원이었다. 이는 미국 버라이즌이 같은 기간 기록한 사내유보금 136억200만 달러(당시 환율로 환산 시 14조8050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보면 SKT의 사내유보금은 16조원으로 30조원을 기록한 미국 버라이즌의 절반 수준이다. “SKT의 사내유보금이 버라이즌보다 많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전혀 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쥐고 있다면 사내유보금과 보유 현금이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아무런 이윤이 나지 않는 무수익(無收益) 자산인 현금 비중을 가능하면 줄이려고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말 기준 16조원이 사내유보금 중 1조5000억원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 중이고, 미국 버라이즌도 30조원의 사내유보금 중 3조3000억원을 현금성 자산 형태로 갖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의 주장처럼 “사내유보금을 환수하자”는 논리는 곧 민간 기업의 공장과 토지·부동산·주식·채권 등 실물·금융자산 형태로 바뀐 사내유보금을 국가가 환수하자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실제 의도와 달리 민간 기업 자산 몰수·국유화와의 동의어가 ‘사내유보금 환수’인 셈이다.
사내유보금을 참여연대 등이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해 온 의도에 맞춰 ‘기업이 내부에 축적한 현금’으로 해석한다면, 이통사 보유 현금성 자산은 일관되게 늘어나는 모습도 아니다. SK텔레콤은 2011년 1조6500억원의 현금성 자산 가졌다가 지난해말 1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LG유플러스도 2013년~2014년 4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말 317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내유보금이란 용어 자체가 ‘투자가 유보된 현금’이란 뉘앙스를 풍겨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며 “학계에선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이 다양한 자산 형태로 다시 투자됐음을 의미하는 ‘세후재투자자본(稅後再投資資本)’이란 용어로 바꿔쓰길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