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유조차 기름 받다 화재…파키스탄서 150여명 숨져

중상자 많아 사망자 늘 수도

파키스탄 펀자브주 바하왈푸르의 고속도로에 25일 오전(현지시간) 유조차 전복 사고로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널려 있다. 바하왈푸르 | EPA연합뉴스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바하왈푸르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유조차가 전복되면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최소 153명이 사망했다. 100여명이 다쳤고 40명 이상이 위중한 상태라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일간 돈(Dawn) 등 현지 언론은 25일(현지시간) 오전 고속도로를 달리던 유조차가 급회전하다가 뒤집어졌고, 탱크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온 뒤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5대, 오토바이 12대 이상이 화염에 휩싸였다. 유조차가 쓰러지자 주변 주민들이 새어나온 기름을 가져가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 순간 유조차가 폭발해 피해가 컸다.

경찰은 “유조차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했는데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면서 “누군가 넘어진 유조차 근처에서 담배를 피운 것이 화재 원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도로 주변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 기름을 모으기 위해 냄비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나왔고, 몇몇은 다른 마을에 사는 친척들에게 빨리 나오라는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사람들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불이 나면서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을 덮쳤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한 목격자는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유조차가 뒤집혔다고 증언했다. 과속이 전복 원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유조차가 석유 2만5000ℓ를 싣고 남부 항구 도시 카라치에서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발표했다.

2015년에도 카라치에서 버스와 유조차가 충돌해 여성과 아이를 포함해 62명이 사망했다. 현지 방송 지오TV는 “낙후된 도로 상태와 부실한 차량 정비, 난폭운전 때문에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자주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사고 후 고속도로는 폐쇄됐고 소방대가 진화와 구조에 나섰다. 육군 헬기까지 동원해 부상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전신 70% 이상 화상을 입을 만큼 심각하게 부상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불에 탄 시신들은 대부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 현지 언론은 DNA 분석이 끝나야 신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 데 깊은 슬픔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함마드 세바즈 샤리프 펀자브 주지사도 성명을 내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슬픔을 표한다”고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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