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학생회장도 잘못하면 탄핵'…중학교 교칙에 신설 추진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천 석남中, 3월 학생 제안으로 검토…26일 학운위 결정

뉴스1

지난해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에 교복을 입고 참여한 학생들. /뉴스1 © News1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뉴스1) 최태용 기자 =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생활규정(교칙)에 '탄핵' 조항을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학생 제안으로 시작된 이 논의는 관련 조항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투표로 선출된 학교·학급 임원을 학생 다수의 뜻에 따라 탄핵할 수 있게 된다.

인천 석남중학교는 오는 26일 열리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학급 임원 탄핵 조항의 신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탄핵 조항은 학교·학급 임원의 선출과 관련된 교칙 7조, 14조에 추가된다. 학교·학급 학생 ⅓이상 발의해 ⅔이상 동의할 경우 해당 임원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상은 학생회장과 부회장, 학급 반장과 부반장이다.

탄핵조항 신설은 우리 헌법 65조에 명시된 탄핵 사유와 국회법·헌법재판소법의 탄핵 절차를 참고했다.

탄핵 절차를 진행하기 전 충분한 소명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탄핵될 경우 당사자가 받을 수 있는 상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지도교사의 조언을 듣고 학생들이 내용을 추가했다.

뉴스1

인천 석남중학교 학생자치회가 만든 교칙 개정안 가운데 탄핵 관련 조항.(석남중 학생회 제공)/뉴스1 © News1 최태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석남중학교는 매년 교칙을 개정하는데 이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한다.

지난 3월 학생자치회 소속 임원들이 기존 교칙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탄핵 조항 신설이 건의됐다.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당시였다.

김동건(3학년) 학생자치회장은 "학생회와 학급 반장, 부반장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다른 친구들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촛불집회부터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치회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학생회 활동에 대한 아쉬움과 학급 반장이 대의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다른 친구들이 겪는 불이익에 대해 논의했다.

대의원회의는 전학년 학급 반장·부반장이 참여하는 학생 자치활동으로, 반장·부반장은 이때 결정된 내용을 학급 친구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학급 임원이 대의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같은 반 친구들이 교내 행사나 자치회 활동을 전해듣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안 봐도 될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회는 결국 탄핵규정 신설을 결정했다. 최근 교사, 학부모와 함께한 '석남중 공동체 협의회'에서 보완 사항을 논의했고 지금의 개정안이 마련됐다. 당초 학생·학급 인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할 경우 탄핵이 통과되는 내용이었지만 협의회에서 ⅔이상로 요건을 강화했다.

학생회는 26일 학운위에서 교칙 개정안이 마련된 경위와 취지를 설명하고 통과를 설득할 계획이다.

김찬 석남중 학생자치회 지도교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를 겪으며 학생들이 책임의식을 배운 것 같다"며 "분명 우려도 있고 실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논의를 통해 실패를 바로잡아 가는 것도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23일 학생자치 회의를 갖고 교칙 개정안을 최종 점검했다.

뉴스1

지난 23일 인천 서구 석남중학교에서 학생자치회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치회는 이날 교칙 개정안 가운데 '학교·학급 임원 탄핵' 조항을 점검했다./뉴스1 © News1 최태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탄핵 조항 마련의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민혜민(3학년·여) 학생은 "학급 반장도 권력이 된다. 권력에는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며 "내 짝이 반장이거나, 내가 반장이어도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지 못하면 친구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성(3학년) 학생도 "학생회장이나 반장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주위 친구들이 잘 하라는 지적을 한다.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주위 조언도 있는데 탄핵까지 갈 정도면 본인의 잘못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탄핵 당사자와 멀어지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이한슬(2학년·여) 학생은 "탄핵 요건을 강화해 실제로 탄핵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로 탄핵이 학급에 상정되더라도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겨울부터 진행된 대통령 탄핵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고 말했다.

김혜란(3학년·여) 학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고,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했고, 비선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 다수가 탄핵으로 뜻을 모았고 이것이 결국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동건 학생자치회장은 "학급 선거가 계속 인기투표처럼 이어진다면 자질이 부족한 친구들이 계속 학급 임원이 될 것이고 다른 학생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나를 포함한 자치회 대부분이 탄핵 대상이다. 우리도 더 책임감을 느끼고, 다른 친구들도 더 신중하게 생각해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탄핵 규정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rooster81@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