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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보편요금제, 요금인하 연쇄 효과 낼까…'통신사가 봉'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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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통신요금을 정조준했다. 월 2만원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통신비 절감 대안으로 내놓은 것. 정부는 보편요금제가 실현되면 현행 통신 요금제가 연쇄적으로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로 인해 나머지 요금제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해 기존 요금 체계를 뒤흔든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조사, 인터넷 업계 등의 이해관계자는 논의에서 제외하고 통신사에게만 책임을 지워 옥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통신업계와 미래부에 따르면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세부 사항은 사회적인 논의기구를 통해 결정된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으로 음성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현재 비슷한 데이터를 받으려면 3만 원대 요금제를 써야 해 1만 원 이상의 할인 효과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데이터 제공량이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요금 체계 변화가 예상된다"며 "가격대별 요금제 인하 효과가 나면, 연간 1조2000억원의 요금이 절감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동통신 업계는 기존 1GB 데이터 제공 요금제가 3만원에서 2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요금제들의 월정액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3만원대는 0.3~1.2GB, 4만원대는 2GB 안팎, 5만원대는 3~6GB, 6만원대는 10GB~무제한 데이터(일부 속도 제한 조건)를 제공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요금제가 한 단계씩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결국 전 요금제 가격인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괄 1만1000원 통신비 인하에 상응하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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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로 인한 예상 요금체계 변화. / 미래창조과학부


◆보편요금제 현실화 난항 예상…이통사 직격탄 불가피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편요금제가 실현화되기 위해서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동통신업계의 반발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보편요금제 시행 시 매출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단순히 요금제 한 개를 새로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른 요금제를 손볼 수밖에 없어 전 요금제 가격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기본료 1만1000원 일괄 폐지에 상응할 정도로 이통사 수익에 악영항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맡겨야 할 요금체계를 인위적으로 뒤흔든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의 요금에 대한 설계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오히려 이동통신 3사의 요금 담합을 조장해 시장 경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탈시장주의적 행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또 다른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내놓은 인가제 폐지와도 상충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요금 인가제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할 때 미래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이 제도를 폐지하면 통신사가 요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인가제 폐지로 요금 결정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보편요금제 의무 출시를 법제화하는 것은 모순이며, 통신 요금 체계를 흔들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알뜰폰 업계도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지난 23일 통신비 정책 토론회에서 "알뜰폰에서는 이미 보편 요금제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보편 요금제 출시 전에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대책을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실제 알뜰폰 업계 주력 상품은 2만원대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다. 때문에 보편요금제가 현실화 되면 알뜰폰 업계 가격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통신사가 봉?'…제조사·인터넷 기업도 책임 나눠져야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통신사가 봉'이냐는 자조적인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사, 인터넷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은 뒷전으로 한 채 이동통신사에만 짐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이번 통신비 절감 대책에는 단말기 가격 및 망중립성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가계 통신비 중 순수 통신서비스 요금은 54.6%수준이다. 단말기할부금과 부가사용금액 또한 통신비에 해당하는 만큼 제조사와 네이버·다음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중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제로레이팅'이다. 제로레이팅은 네트워크 사업자와 동영상·게임 등 콘텐트사업자(CP)가 제휴해 소비자가 요금 부담 없이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난 만큼 망중립성 규제를 완화해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부가서비스를 이용, 통신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김나인 기자 silkni@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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