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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상조 취임인터뷰] "4대그룹 집중은 전략의 문제"…일문일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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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을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것"

"장하성 정책실장과 매일 연락…경제 부처 팀워크 고민"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상조 위원장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5 cityboy@yna.co.kr



(세종=연합뉴스) 박상현 민경락 이대희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4대그룹 규제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전략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취임인터뷰에서 "위에서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내 다른 쪽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혁 방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쓰러뜨려야 할 개혁 도미노가 무수히 많은데 할 수 있는 정책 자원은 매우 제한돼있다"라며 "무엇을 첫 번째 도미노로 할 것이냐고 한다면 개혁을 확산할 수 있는 도미노를 쓰러뜨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나 기업 간 거래 문제에서 오히려 4대그룹이 중견기업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4대그룹에 집중한다는 것은 4대그룹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정책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계열사 이사회 독립성 등이 보장된다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그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실험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매일 연락하며, 고민 중인 것이 경제 부처 간 팀워크"라며 "장 실장과 나는 부처 칸막이를 넘는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공정위의 역할이 지나치게 재벌 개혁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 공정위가 마치 경제 민주주의 또는 재벌 개혁의 전담기관인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장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크게 넘어서는 그런 것들을 기대하고 요구하시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아직 정부 구성이 완료 안 돼 과도기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개혁정책은 공정위만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서 지속 가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기·장기 과제를 밝히지 못한 것도 많은 부분이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재벌의 존재 자체를 개혁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정말 완벽한 오해다. 삼성저격수라고 불린 이유가 있다. 시민단체에 있을 때 기업의 문제를 제기할 때 데미지(상처)를 주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래서 일단 비공개 질의서 먼저 보내고 답변 듣고 대화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질의 10개면 5개 정도는 해명하고 설명 듣는 과정에서 해결된다. 그리고 나머지 3개 정도는 문제 제기가 정당하지만 해결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이고 실제로 문제 제기하고 행정·형사 등 법적 조치 취하는 것은 한두 개에 불과하다. 비공개 질의서에 반응이 없는 곳이 딱 두 곳이었는데 삼성과 한화였다. 삼성은 2013년 5월 사장단 회의를 통해 소통하기 전에는 채널이 없었다. 그래서 삼성 사안은 공개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삼성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다른 그룹과는 대화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오래전부터 쌓았다.

--재벌 소유지배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 기업 소유 지배구조 문제는 단기간 내에, 특히 사전적인 규제법률을 통해서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행위에 문제 제기하고 잘못됐으면 응당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 통해서 행동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해결 안 되는 문제는 구조적 문제다. 그래서 자주 언급한 표현이 우리나라 재벌이 과거 놀라운 성공 증거라는 것이다. 재벌은 향후 발전 위한 소중한 자산이며 그것을 망가뜨릴 이유가 없다. 재벌이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주기를 기대하고 촉구하는 것이다. 재벌을 망가뜨리는 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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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소기업 '갑을문화' 만연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대기업들보다 중견기업의 갑질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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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김상조 위원장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5 cityboy@yna.co.kr



▲ 4대그룹에 집중하겠다고 한 것은 전략의 문제다. 개혁 과제를 제도경제학파에서는 도미노라고 표현한다. 쓰러뜨려야 할 개혁 도미노가 무수히 많은데 할 수 있는 정책 자원은 매우 제한돼있다. 그럼 무엇을 첫 번째 도미노로 할 거냐고 하면 그 개혁을 확산할 수 있는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방식밖에 없다. 위에서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냄으로써 다른 쪽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한 개혁 방법 아닌가 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추진 여부에 대해 청문회에서 애매하게 답변했다.

▲ 결국 금산분리 문제 아니겠나. 비은행 쪽의 금산분리 원칙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현실로 만들 거냐의 고민이다. 비은행권의 합리적 금산분리 관행 만들려면 공정위 쪽의 사전규제와 금융위 사후 감독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분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의 제도 효과를 신뢰하지 못하니 지주회사 제도를 완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너무 커서 지금은 정치적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문제다. 사후 감독으로서 많은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컨센서스 만들어지면 사전규제 새롭게 논의하는 상황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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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꿈장학재단 국세청 첫 세무조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모태로 한 비영리재단 '삼성꿈장학재단'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동자동 삼성꿈장학재단 사무실 입구. 2015.4.21 saba@yna.co.kr



--삼성꿈장학재단이 2009년 삼성의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그 이후 재단에 대한 삼성의 실질적 영향력이 커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된 비영리법인이 제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되면 제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 2009년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것은 삼성꿈장학재단의 이사회 독립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미국과 영국에서 이런 것들이 소송사건 붙었다면 우리나라처럼 법에 있는 문구 가지고 해석하지 않는다. 재단 이사가 계열사 전직인지 현직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실제로 이 사람이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느냐는 것을 가지고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는 법률로 정해진 이사의 자격요건을 물리적으로 해석해서 특수관계인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소극적 자격요건 위배 안 됐다고 해도 실질적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루트는 이 세상에 너무 많다. 우리 법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이 안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법체계에서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삼성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삼성꿈장학재단과 삼성 간의 관계에 문제 소지는 없나.

▲ 2006년도 삼성그룹이 (X파일 사건 등에 대해) 사과 발표 하고 재단을 만들었다면 그룹과 관계 끊어야 한다. 삼성꿈장학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사회에 전직 계열사 임원이 오는 것을 누가 신경 쓰겠나.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에버랜드 등 주식은 팔았고 삼성SDS 주식만 남았다. 과거에는 상장이 안 돼 유동성 때문에 매각을 못 했다고 했지만 이제는 상장 주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SDS 지배력도 문제없다. 많은 사람이 왜 법적으로 특수관계도 아닌데 재단이 삼성 주식을 보유하고 있느냐고 의구심을 갖는다면 삼성그룹이 법적으로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사회나 시장의 기대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기존 순환출자 문제의식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 순환출자로 가공자본을 만드는 것은 회사법 기본원리를 위배하는 수단들이다. 그래서 그것을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원칙은 너무나 분명하다. 기존 순환출자는 작년 9월 기준으로 7개 그룹 90개 고리가 있다. 이중 그룹 경영권과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현대자동차 하나다. 다른 그룹은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하나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바꿔야 하나. 이 법 바꾸려고 법안 만들어서 국회 들고 가면 다른 법 하나도 통과 안 된다. "이제 현대자동차 하나 남았다"라고 후보자 때 별 뜻 없이 팩트를 말했는데 시장에서는 기대와 압력이 생겼다. 법을 고쳐서 해소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시장의 기대 압력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비용 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다른 부처, 특히 금융위와 협업을 구상하는 정책이 많은 것 같다.

▲ 장하성 정책실장과 거의 매일 연락하며 고민 중인 것이 경제부처 간의 팀워크다. 무슨 개혁이든 공정위 혼자서 하지는 못한다. 적어도 경제 관련 부처가 한 팀으로서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나는 부처 칸막이를 넘는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rock@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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