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무주 세계태권도]'다른 듯 같은' 北 태권도, 절도 있는 동작에 송판·기왓장 와르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격파 시범 보이는 북한 ITF 시범단


뉴시스

북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


뉴시스

ITF 시범단 격려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한국-북한 태권도시범단과 파이팅 외치는 문재인 대통령


ITF 시범단 10년 만에 한국서 시범 공연…4500명 시선 사로잡아

文 대통령, 공연 지켜본 뒤 북측 단원과 악수 나누고 기념촬영

【무주=뉴시스】 오종택 기자 = 북측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 모습은 다소 투박했지만 절도 있는 동작 하나하나에서 그 뿌리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은 2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개막식에서 역사적인 시범공연을 선보였다.

ITF 시범단이 한국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은 2007년 4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세계 태권도를 양분하는 WTF가 주관하는 대회에 초청된 것은 지난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두 번째다.

ITF 시범단의 이날 공연은 WTF 시범단 공연이 끝난 뒤 개막식 행사 가장 마지막 순서로 마련됐다. 시범단과 함께 온 북측 장내 여성 아나운서의 설명에 따라 진행됐다.

남녀 13명의 시범단원이 무대 위에 올라 ITF 태권도의 기본인 품새 동작을 펼쳐 보이는 것으로 시범은 시작했다.

WTF 시범단의 공연이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군무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한다면 ITF 시범단의 시범은 절도 있는 동작과 파괴력에서 그 특색을 달리했다.

절도 있는 품새 동작이 이어질 때면 태권도원을 가득 메운 4500명의 관중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시범단원의 우렁찬 기합 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체육관의 적막을 깼다.

이어 2명의 여성 단원이 남성 단원을 상대로 호신술을 선보일 때는 조용했던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북측 남성 시범단원과 WTF 연맹 한국 여직원의 연인을 가상한 상황극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북측 남성 단원은 남한 여성을 괴롭히는 치한을 상대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치한이 휘두르는 각목을 온 몸으로 막아서며 여성을 보호하는 모습에서 남북이 하나되는 의미를 더했다.

이어 송판과 기왓장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격파하는 순서에서는 ITF 태권도의 파괴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WTF가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면, ITF 단원들은 곡예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절제된 동작과 힘을 내세워 뚜거운 송판과 기왓장을 가루로 만들었다.

한 남성 단원이 10㎝ 두께의 송판을 격파하는 시범을 보이던 중 실패를 거듭하자 관중석에서는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십여장을 쌓아 올린 기왓장을 연속해서 격파하는 시범을 선보일 때는 관중석에서 놀라움의 장탄식이 끊이질 않았다.

취임 후 첫 국제스포츠이벤트이자 남북 스포츠 교류의 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 이어 ITF 시범단 공연까지 개막식 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

시범단의 공연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단상에서 내려와 북측 시범단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이어 WTF 시범단원들과도 악수를 나눈 뒤 다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새 정부의 첫 남북 체육교류협력이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에서 치러지는 세계태권도연맹 대회에서 국제태권도연맹이 시범을 보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연맹의 화합과 친선은 물론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어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ITF 시범단은 26일 전주 한옥마을, 28일 서울 국기원, 30일 폐회식에서 3차례 더 시범공연을 한 뒤 다음달 1일 출국한다.

ohjt@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