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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초점]'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공범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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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공범이 살해 지시” VS 공범 “주범과의 역할놀이”

공범 “주범과의 범행 당시 대화 기록 있다” 돌발 발언도

뉴스1

'인천 8세 여아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A양(왼쪽)과 공범으로 지목된 B양.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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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10대 피고인이 이번 범행은 10대 재수생인 공범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새롭게 증언했다. 이 사건의 범행 동기를 둘러싸고 주범과 공범 사이의 치열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주범으로 지목된 A양(16·구속기소)은 공범 B양(18·구속기소)이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살인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B양은 A양과의 대화는 역할놀이였지 현실일 줄 몰랐다고 반박하고 있다.

◇누가 먼저 살인을 이야기했나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23일 열린 B양의 1차 결심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A양은 “B양이 나에게 먼저 사람을 죽여 시신일부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A양의 증언은 그동안 A양과 B양의 진술을 모두 번복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줄곧 A양이 살인을 먼저 얘기했고 그에 B양이 “그렇다면 나에게도 시신 일부를 전해달라”고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A양이 이번 사건의 모든 범행을 주도했고 B양은 범행 과정을 지켜보다가 시신일부를 건네받았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었다. 즉 B양은 이번 사건에 연관은 있지만 직접 참여하지 않은 ‘A양의 범행에 종속된 형태의 공범’이라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A양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 혐의를, B양에게는 살인방조와 시신유기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하지만 이날 A양의 증언은 B양이 이번 사건의 단순 방관자가 아닌 적극 참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A양의 진술에 담당검사는 물론 B양의 변호인, 재판부, 방청객 모두 당황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B양은 이 순간 고개를 들어 A양을 노려보기도 했다. 담당검사는 여러 차례 “공소 사실과 다르고 처음 듣는 진술”이라며 “거짓말이 아니냐”며 물었지만 A양은 “사실이다”라고 대답했다.

A양은 이어 올해 2월 B양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알게 돼 살인사건, 추리소설 등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워졌으며, 지난 3월초 A양에게 아동을 살해해 시신 일부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A양은 B양이 자신에게 “너에겐 2개의 인격이 있다. 하나는 지금의 네 인격이지만 다른 인격은 잔혹하고 반사회적 성격을 지녔다. 네가 그 인격으로 돌변하면 살인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다. 그 인격을 일깨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양은 “처음엔 B양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B양은 자신을 믿으라며 설득해 받아 들였다”며 “범행 과정 때는 B양이 전화해 ‘내가 받기로 한 건 언제쯤 줄거냐’고 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양의 증언에 일부 방청객들은 이들의 잔혹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대한 B양의 반박이 의미심장하다. B양은 A양의 진술 직후 재판부의 허락을 얻어 직접 A양에게 “(A양의) 또 다른 인격에 대한 얘기는 네가 먼저 꺼낸 거 아니냐. 범행 직후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다 지웠지만 사실 따로 저장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하자 A양은 “그럼 그 대화 내역을 재판부에 내라”고 응수했다.

A양과 B양은 경찰 조사 전 카카오톡·트위터 등 SNS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 지웠다. 이 때문에 경찰과 검찰 모두 이들이 범행 과정에서 실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B양의 증언은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한 두 피의자의 대화 내용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의 의미한다. 사실이라면 이 대화내용은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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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오른쪽)이 피해 아동을 유인해 승강기를 타고 자신의 거주지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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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아닌 역할놀이인 줄 알았다” B양 주장의 신빙성은?

A양의 범행이 실제 상황인 줄 몰랐다는 B양의 주장도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다. B양은 경찰 조사 과정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A양이 범행하는 과정을 전화 통화, SNS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 들었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양과 B양이 범행 전 가상의 인물을 만든 뒤 직접 그 인물 행세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역할놀이’ 모임에서 만난 점을 들어 B양이 A양과의 대화를 역할놀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A양으로부터 전달받은 시신 일부도 잘 만들어진 모형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양은 “B양과 역할놀이를 했고 주된 대화 주제가 살인, 엽기 등이었던 건 맞지만 역할놀이는 기간을 정하고 하는 것”이라며 “역할놀이는 범행일보다 한참 전에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B양이 이번 사건을 실제상황으로 인식했다는 증거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양과 B양이 나눈 문자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이 내역은 이번 재판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A양이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은 지난 3월30일에 주고받은 이 대화 내용을 보면 B양은 경찰이 어떤 내용을 조사하는지, 자신도 공범으로 지목되지 않을지 여부 등을 확인했다. 또 A양이 경찰 조사에 단독 범행으로 진술하겠다고 하자 “이기적이지만 미안하다”는 말도 남겼다.

◇A양은 다중인격자?

이날 증언에서 나온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A양의 다중인격 발언이었다. A양에게 본래 인격과 반사회적인 인격이 있다는 이 발언에 재판정에 있던 모든 이들이 당황했지만 정작 A양과 B양은 이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등 진지한 모습이었다.

A양은 자신의 반사회적 인격을 ‘J’라고 칭하면서 B양이 A양에게 “J를 불러내라”고 수차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양은 자신의 혐의 중 살인 범행은 J가, 시체훼손·유기는 자신의 본래 인격이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A양을 기소하기 전 서울의 한 국립병원에 A양을 감정유치했다.

감정유치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정신·신체 상태의 감정이 필요할 때 병원 등 시설에 유치해 의사 등의 전문가에게 감정을 받는 강제처분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A양이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조현병을 앓았다거나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일반 범죄자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보여 전문가의 자문을 의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은 A양의 정신감정유치 결과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소견을 받았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언어능력과 사회적응에 문제를 보이고 특정 사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A양의 경향이 범행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담당검사의 “정말 J라는 인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A양은 “지금 돌이켜보면 진짜 그런 인격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B양에 대해 검찰이 구형하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A양의 새로운 진술이 나오면서 결심공판을 7월 6일로 연기했다.

A양의 진술은 앞으로 A양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재판부도 이들의 믿기 어려운 증언들에 대해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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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8세 여아 살인사건’ 피해자 C양(8·사망)의 어머니가 지난 19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가해자 엄벌 호소문.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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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은 지난 3월29일 낮 12시47분께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C양(8·사망)을 유인해 공원 인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범행 당일 오후 5시 44분께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평소 SNS를 통해 알게 된 B양에게 훼손된 C양의 시신 일부를 전달했다.

B양은 지난 3월 29일 오후 5시44분께 서울의 한 전철역에서 이번 사건의 피의자 A양(16·구속 기소)이 살해한 초등학교 2학년생 C양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은 A양과 공범 관계이지만 재판부는 사건을 병합하지 않고 따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선고는 같이 할 계획이다.

A양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4일, B양의 재판은 다음 달 6일 각각 오후 2시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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