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터키, 고등교육서 '진화론' 뺀다…'세속주의 지우기' 비판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논란 많은 주제, 학생 수준에 안맞아"

뉴스1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터키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진화론' 삭제를 결정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 십년간 이어진 세속주의(정치와 종교 분리)를 지우고 '21세기 술탄 국가' 설립에 박차를 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터키 국가교육위원회의 알파슬란 두르무스 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방송을 통해 2017~2018 학기부터 '논란이 많은 주제'를 삭제하겠다는 새 교과 방침을 밝혔다.

두르무스 위원장은 "만일 우리 학생들이 논란이 많은 주제들에 대한 배경지식과 과학적 지식 또는 논쟁을 이해할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이를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방침은 국가적 가치와 터키·무슬림 학자들의 공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 수업은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이며, 음악 수업은 모든 종류의 터키 음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학자 찰스 다윈이 정립한 진화론은 생물이 진화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는 이론으로, 흔히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는 창조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언급된다.

인구의 99%가 이슬람 신자인 터키는 종교적으론 진화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터키 정부가 운영하는 과학기술연구원인 '투비탁'(TUBITAK)은 2009년 3월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생애를 다룬 잡지 기사를 검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스1

터키 정부가 공개한 2017~2018 교육 방침.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화론 삭제 논란은 올초 다시 시작됐다. 정부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 과정에서도 진화론을 제외하겠다는 초안을 발표해서다. '터키의 아버지'이자 엄격한 세속주의 지지자인 무스타파 케말 장군에 대한 서술도 대폭 감소했다.

비평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터키 설립 당시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교육이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4월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하며, 재임시 2034년까지 연임이 가능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AKP의 대표직까지 환수하며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터키 전역의 교수 10만명이 가입한 교육과학노동자연합(Eğitim Sen)의 이브루 이지트는 진화론이 고등학생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지트는 "커리큘럼 전체가 변경되면 교육 시스템이 과학적 추론에서 벗어나게 되며, 이를 독단적인 종교 시스템으로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웰슬리대학에서 자유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무스타파 아크욜은 터키 사회가 이슬람의 원리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크욜은 "이 논란이 진화론을 무신론과 동일시하는 보수적인 접근에 기반한다"며 "진화론의 삭제는 보다 보수적이고 교구적이며 지적이지 않은 이슬람의 시각이 더 숭고해짐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뉴스1

터키는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추구하는 세속주의를 이어왔다.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oho0901@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