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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독일 정보기관도 백악관 등 미국 주요 기관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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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NSA 도청 맹비난한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정부 난처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정보기관이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주요 기관과 기업을 도청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국제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과거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주요 인사들을 도청해온 사실이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밝혀지자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던 독일 측이 난처하게 됐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슈피겔은 독일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이 1998~2006년 미국 주요 기관을 도·감청하는데 사용한 4천여 개 선별 핵심단어(키워드) 목록 등의 비밀자료를 단독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백악관과 미국 재무부, 국방부, 해병대, 공군, 군 정보기관 뿐만 아니라 미국 주재 각국 대사관 100여 곳,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랍연맹 워싱턴사무소 같은 국제기구 등이 BND의 전방위적 사찰 대상이었다.

또 일부 서방 정보기관들끼리만 제휴한 극비 대테러 동맹의 존재도 이 문건에서 드러난다.

해당 기관의 전화, 팩스, 이메일 등을 도감청한 BND의 사찰행위가 2006년 이후에도 계속됐는지는 이 자료만으론 알 수 없다.

그러나 슈피겔은 2년 전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고위 관료와 정치인, 유럽 각국 및 유럽연합(EU) 주요 인사에 대한 NSA 도감청 사실이 폭로됐을 당시 미국을 맹비난한 독일 정부로선 이번 문건으로 난처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또 이후 NSA의 도감청에 독일 정보기관도 협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어색한 상황에 처한 일도 있다.

슈피겔은 이번 문건은 NSA 도감청 사건 조사와 대응에 독일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면서 독일 정부 수뇌들도 BND 등의 우방국 도감청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의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브루노 칼 BND 국장은 이번 문건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 다만 BND의 미래는 독일 하원이 마련 중인 개혁안의 이행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독일 하원은 NSA 사찰사건 이후 의회 내에 조사위를 구성, 134차례의 청문회와 회의를 열었으며 조만간 진상과 정보기관 감독강화 등 개혁안이 담긴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이 보고서가 나와도 테러리스트, 무기상인, 돈세탁 등을 추적 사냥하는 BND가 왜 영국 국립도서관 같은 학술기관에도 관심을 기울였는지 등 여러 의문은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영국 도서관의 도서 대출 사이트 중 하나가 2000년대 초반부터 BND의 도감청 대상이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TV 제공]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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