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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화·풍력·벤처까지...'이색' 크라우드펀딩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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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대체투자 수단으로 쑥쑥 크는 크라우드펀딩…"연 500만원 한도 늘려줘야" ]

#올해 2월 회사원 김모씨(40)는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수익 분배금을 받았다. 200만원을 투자해 세금 떼고 손에 쥐게 된 금액은 238만5500원으로, 10개월 만에 세후 21.7%의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최근 개봉한 다큐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부터 개봉까지 순탄치 못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개봉관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실시하자 역대 최단시간인 26분 만에 2억원을 넘어서며 목표금액을 245% 초과 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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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이 개인 투자자의 이색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후원, 기부, 대출, 투자 등을 목적으로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후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의 연간 투자한도가 500만원에 불과한데도 올 상반기에만 발행금액이 100억원을 돌파하며 개인 대체투자의 대세로 떠올랐다.

23일 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2017년 크라우드펀딩 모집금액은 21일까지 202억원, 발행금액은 1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발행금액이 16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빠른 속도로 발행금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발행 건수도 작년에 108건, 발행회사 수는 102건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6개월도 안 됐지만 발행 건수 83건, 발행회사 수 82개를 기록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대세는 주식형 vs 채권형=크라우드펀딩은 크게 증권형(지분투자형), 리워드형(상품으로 보상하는 유형), 대출형(P2P대출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처로 주로 이용하는 크라우드펀딩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말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주식, 채권,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형태로 투자할 수 있다. 주식형과 채권형이 주류다. 주식형은 주식발행을 통해 투자 금액만큼의 지분을 받고 채권형은 투자금액에 대해 설정한 만기일까지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받는다.

영화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진 '인천상륙작전'은 채권형 크라우드펀딩으로, 목표관객수(손익분기점·500만명) 초과시 관객수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모았다. 결과적으론 관객수가 700만명을 넘어갔고, 지난 2월 중개업체인 IBK투자증권은 세전 25.6%의 수익을 지급했다.

영화 등 출판·영상 부문은 크라우드펀딩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분야다. 지난 21일까지 올해 누적 크라우드펀딩 배정금액 105억원 중 약 50%인 51억원이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에 들어갔다. 이어 제조업(28억원), 도매·소매업(1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캣츠' 뮤지컬 채권에서 풍력발전까지=초기 크라우드펀딩이 수공예품이나 독립영화 제작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엔 뮤지컬이나 대체에너지 분야로 투자 지평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뮤지컬 '캣츠'는 대극장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내한공연 제작자금을 크라우드펀딩(채권형)을 통해 모집했다. 펀딩은 청약 기준 3시간 만에 목표금액 3억원을 초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총 519명의 소액 투자자가 5억3030만원을 투자했다.

상장을 염두에 둔 벤처·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여성 의류업체 에스와이제이는 지난해 8월 7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고 한국거래소에서 개설한 스타트업 전용 시장인 'KRX스타트업마켓'(KSM)을 거쳐 지난 4월 코넥스에 입성했다.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으로 최초로 코넥스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던 대체에너지 투자에도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풍력발전 사업자 '고로풍력'은 현재 와디즈에서 4억원 조달을 목표로 주식형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 일대에 1.5메가와트(MW) 발전기를 설치해 투자자들에게 연간 10~20%의 배당수익을 지급하는 것이 목표다.

◇와디즈 vs IBK투자증권 양강 구도=크라우드펀딩 중개 시장은 전문업체인 와디즈, 증권사 중에는 IBK투자증권이 두각을 드러내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와디즈는 5년 업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투자자들을 기반으로 소액의 크라우드펀딩을 주로 중개한다. IBK투자증권은 영화 펀딩과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초기벤처기업 크라우드펀딩에 특화됐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펀딩 금액은 대체로 1억원 이상이며, 중기 전문 증권사의 전문성을 살려 펀딩에서 상장까지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스와이제이의 펀딩 및 코넥스 지정자문을 맡은 것도 IBK투자증권이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자생적으로 순탄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고성장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한도가 개인 투자자의 경우 연 500만원, 건당 200만원에 불과하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개인의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가 없고, 일본도 기업당 50만엔으로 높은 편이다. 자본시장법상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업자는 자사 홈페이지 외 다른 수단으로 투자 광고를 하지 못하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고객상품센터장은 "실무를 하다 보면 개인 투자자의 연 500만원 투자제한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크라우드펀딩 투자 광고 규제 완화 등 법안이 통과되면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하세린 기자 iwr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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