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미국의 007 작전… '노랑머리 중국 스파이' 잡아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현직 외교관 이어 1급 기밀 유출한 전직 CIA 요원도 기소]

中, 중국계 활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순수 미국인까지 포섭

전문가 "美 방첩 1순위가 중국…

냉전 시대 美·러 스파이 전쟁, 이제는 美·中 전쟁으로 바뀌어"

은퇴한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중국에 국가 기밀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22일(현지 시각) 미 연방 검찰은 2012년 은퇴한 전직 CIA 요원 케빈 말로리(60)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 등에서 첩보 활동을 했고,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말로리는 지난달 1급 국가 기밀문서를 포함해 총 3건의 문서를 중국 첩보 요원에게 몰래 전달하고, 그 대가로 2만5000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말로리가 중국 첩보 요원과 처음 접촉한 것은 지난 2월이다. 말로리는 소셜미디어에서 '상하이 사회과학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중국 싱크탱크로부터 컨설턴트직 채용 제의를 받았다. 제의를 승낙한 말로리는 이 싱크탱크를 통해 중국 첩보 요원으로 추정되는 고객을 소개받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상하이를 방문했다.

이 고객을 만난 후 말로리는 CIA의 과거 동료 여러 명에게 "CIA 특정 부서 담당자와 연락이 닿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말로리의 첩보 활동엔 빈틈이 많았다. 한 동료에게는 "상하이에서 만났던 고객이 중국 정보 요원"이라고 귀띔했다. 또 중국 첩보 요원에게 직접 문서를 보낼 수 있도록 특별한 통신 장비를 받았으며, 사용법까지 배웠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말로리의 행적을 주시하던 FBI는 지난달 말로리의 집을 방문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말로리는 "중국 기업에 컨설팅을 한 대가로 2만5000달러를 받았을 뿐"이라며 "특수 통신 장비도 고객과 사적인 대화를 효율적으로 나누기 위해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FBI 조사관이었던 스티븐 그린은 "말로리가 기계 작동법을 시연할 때 (중국에 넘긴) 정보 내역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고 했다. FBI가 말로리를 추적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말로리는 중국 첩보 요원에게 "당신들의 목적은 정보고, 내 목적은 돈"이라고 말했다.

말로리 체포를 포함해 최근 미국에선 중국 스파이 색출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3월엔 중국 정보 요원에게 중국 내 반(反)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넘기고 금품을 받은 미 국무부 외교관 캔디스 클레어번(60)을 기소했다. 22일엔 복합기업체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군사용 항공기 엔지니어인 중국계 영주권자 위룽(39)씨에게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는 방산 업체의 주요 정보를 중국에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로 활동했다. 스파이 전문 작가 데이비드 와이스는 미·중 스파이 전쟁을 다룬 책 '타이거 트랩(Tiger Trap)'에서 "과거 냉전 시대엔 미국과 러시아가 첩보 경쟁을 벌였지만,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미·중 첩보 전쟁으로 전쟁터가 바뀌었다"며 "현재 미국의 방첩 활동 1순위는 중국"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중국 정부가 CIA의 첩보 활동을 막기 위해 2010~2012년까지 CIA 정보 요원 20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10명을 죽였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이미 광범위한 스파이망을 구축했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작년 의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 "중국이 외교관과 학자까지 동원해 미국에 폭넓게 간첩망을 깔아 놓았다"고 했다.

과거엔 주로 미국 국적을 가진 중국계를 스파이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순수 미국인까지 간첩 활동에 참여시키는 추세다. 2010년 CIA 요원 선발 시험에 응시했던 글렌 더피 슈라이버(28)가 그중 한 명이다. 중국 유학을 통해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갖춘 그는 중국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 CIA 요원으로 취업하려 했으나, 거짓말탐지기 테스트에서 발각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오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