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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스 투데이] 선 긋기 나선 트럼프 “코미와 대화 녹음테이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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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여부 몰라” 선 긋기 나서 / 사법방해 혐의 입증 어려워 /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난항

세계일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자신과 코미 전 국장 사이의 대화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지 않다고 공개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근 보도된 모든 정보의 불법 유출, 폭로, 가로채기, 전자기기 감시 등과 관련해 나와 코미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 또는 ‘테이프’가 있는지 모른다”며 “나는 그런 녹취(테이프)를 만들지 않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로써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녹음테이프는 그동안 특검 수사의 핵심 증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코미 전 국장이 상원 정보위의 청문회에 나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녹음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그는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내통’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자신의 해명을 정면 반박하자 “녹음테이프가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코미 전 국장이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이런, 정말 (녹음테이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뒤부터는 침묵을 지켰다. 코미 전 국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자신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녹음테이프와 관련된 말을 아꼈다. 그렇게 시일을 끌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이뤄진 뒤 2주일 만인 22일 돌연 “테이프는 없다”고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녹음테이프가 없다고 단정한 게 아니라 ‘존재 여부를 모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난도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날 발언을 토대로 의회의 녹음테이프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차후에 녹음테이프의 존재가 드러나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가 통하지 않자 그를 해임했다는 ‘사법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뮬러 특검에게는 그만큼 어려운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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