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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법원, 최순실에 “그릇된 특혜의식, 비뚤어진 모정”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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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유라 이대 비리’ 양형 이유 통해 통렬하게 비판

최경희 전 총장엔 “존경과 신뢰, 배신으로 돌아와”

국회 청문회 거짓증언 일관·사회적 공분 감안한 듯



한겨레

최순실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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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특혜 관련자들 9명 모두에 대해 1심 유죄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법원은 양형 이유를 통해 최씨의 그릇된 모정과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잊은 이화여대 교수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이날 최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수정)는 ‘그릇된 특혜의식’, ‘비뚤어진 모정’,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 등의 단어를 사용해 최씨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먼저 “자녀에게 체육특기자로서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무조건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주변의 모두가 자신과 자녀를 도와야 한다는 그릇된 특혜의식이 (최씨에게) 엿보였다”고 했다. 또 “자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급기야 비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의 그렇게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이 미친 사회적 충격에 대해서도 짚었다. 재판부는 “최씨 사건 범행으로 인해 국민과 사회 전체에 준 충격과 허탈감은 그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고, 누구든지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고, 누구든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결과를 얻으리라는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우리 사회에 생기게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교수들의 잘못 역시 통렬하게 꾸짖었다.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 전 총장에 대한 양형 이유에서 재판부는 “(최 전 총장의 범행은) 총장이라는 막중한 지위에 수반되는 무거운 책임과 사명에 명백히 배치되고, 스스로 주창했던 ‘경쟁력 있는 이화’, ‘혁신 이화’라는 지향점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고 했다.

재판부는 ‘배신’, ‘허탈감’, ‘상처’ 등의 단어를 사용해 이화여대 학생과 교직원 및 사회 전반이 입은 정신적 충격을 짚기도 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대학과 교수의 자유를 보장하였고 법률이나 세속의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는 대학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였으나, 이러한 존경과 신뢰는 배신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부당한 권력에 맞서 분연히 떨쳐 일어났고 희생을 자처했던 대학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은 허탈감과 상처로 돌아오게 됐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대학으로서 설립 이래 근대화와 여성 인권의 모태였던 이화여대는 이제 ‘권학유착’으로 얼룩져 있다는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징역 1년6개월)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징역 2년) 등 정씨의 입시 특혜 관련자들에는 “피고인은 교육을 받은 권리와 교육의 기회균등이 국민의 기본권과 교육의 기본정신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른바 ‘명문 사학’의 교육자로서, 부정한 청탁에 의연하게 맞서기는커녕 특혜를 주기 위해 애쓴 흔적들은 국민 전체에 커다란 상처와 분노를 낳게 하였다”고도 질타했다.

재판부가 긴 양형 이유를 통해 최씨와 최 전 총장 등을 꾸짖은 것은 이화여대 입시·학사 특혜 사건이 미친 사회적 충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비리 사건은 총장을 포함한 교수 5명이 구속되는 등 개별 대학 사건으로는 전례 없는 초유의 ‘학사비리’ 사태로 꼽힌다. 하지만 관련자들 대부분은 지난해 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정유라를 합격시키라고 한 적 없다”는 등 거짓증언으로 일관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날 재판부는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남궁 전 처장의 국회 위증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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