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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미 테이프 사실은 없다”…정치권“신뢰의 문제” 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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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존재 가능성’ 발언 부정

유일한 증거 코미 메모 시선집중

CNN “마치 게임쇼하듯 사안 다뤄”

정치권 “무책임한 발언 반성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재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러시아 스캔들’의 결정적 증거로 주목받아온 일명 ‘코미 테이프’의 존재를 부정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직접 제기한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스스로 부정하자 정치권은 대통령의 말에 ‘신뢰의 문제’를 제기하며 분개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최근 보도된 모든 정보의 불법 유출, 폭로, 가로채기, 전자기기 감시 등과 관련해 나와 제임스 코미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 또는 ‘테이프’가 있는지 모른다”면서 “나는 그런 녹취(테이프)를 만들지 않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썼다.

테이프를 둘러싼 공방이 불거진지 6주 만에 그런 건 애초 없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CNN은 “트럼프와 주요 참모진이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함구하며 마치 ‘게임 쇼(game show)’ 공개하듯 사안을 대했다”고 꼬집었다.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제임스 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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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트럼프가 지난 5월12일 트위터에 코미와의 대화 녹음테이프 존재 가능성을 내비치며 증폭시킨 의혹을 스스로 부인하는 발언이다. 그는 당시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며 폭로전을 개시한 코미를 압박했다.

코미는 FBI 국장직 해임 직후 지인을 통해 트럼프의 FBI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박과 충성 맹세 강요 등을 폭로했다. 코미의 폭탄 발언은 뉴욕타임즈(NYT) 지면에 생생히 보도돼 파문이 번졌고, 트럼프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자 트럼프는 테이프의 존재를 암시하면서 코미의 입을 막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CNN은 “트럼프가 자신을 향한 비난을 막기 위해 (테이프 트윗을) 시도했지만, 그의 트윗은 트럼프의 의도와 달리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코미는 이달 초 의회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참석해 수사 외압 사실을 폭로하며 “제발 그 테이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받아쳤다.

그동안 의회와 로버트 뮬러 특검도 러시아 스캔들의 스모킹 건으로 코미 테이프 존재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테이프의 부재가 확인되면서, 코미 메모가 유일한 증거로 떠올랐다. 관건은 코미가 기록해놓은 메모가 어느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죄를 입증해낼 수 있을지다. 코미를 향한 언론과 의회의 메모 공개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정치권은 분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난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 타워 도청 의혹을 제기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놨다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며 대통령의 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바 있다.

공화당도 “대통령이 자신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번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면, 후회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민주당의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는 반복적으로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입증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또 러시아 스캔들 조사의 공화당 리더격인 마이크 코나웨이 하원의원과 트럼프의 의회 소환 필요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거짓’ 의혹 제기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WSJ의 기사에는 댓글이 700여건 이상 달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이 이번에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트럼프의 오래된 수법” “트럼프는 대통령직의 존엄에 불명예를 안겼다” 등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반면 “테이프가 있을 거라 믿었냐” “원래 테이프 같은 건 없었다. 트럼프는 코미에게 말을 흘렸다는걸 인정하라고 했을 뿐” 등 일부 트럼프를 변호하는 글도 있었다.

한편,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가 왜 지난 6주간 테이프의 존재에 대한 의혹에 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위터에 올린 대통령의 성명이 매우 분명하다”며 “나는 추가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조민선 기자/bo 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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