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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BC 아나운서 이어 예능PD들도…김장겸 사장 퇴진운동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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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장겸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 소속 예능PD 47명은 22일 성명을 내고 김장겸 사장을 향해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면서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열하는 거 진짜 웃긴다”면서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 까지 간섭하는 거 보면 지지리도 할 일이 없는 게 분명하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 아끼는 거 진짜 웃긴다”면서 “KBS, SBS는커녕 케이블 종편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작비를 깎는다. 출연자 섭외할 때마다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럽다. 늘 광고가 완판 되는 프로그램은 짐 싣는 승합차 한 대 더 썼다고 치도곤을 당했는데,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 씩 쏟아 붓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입 못 받게 하는 거 진짜 웃긴다”며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열린다. 행여 끈끈해질까봐, 함께 손잡고 맞서 일어나 싸울까봐. 경력직 PD들은 노동조합 가입도 못 하게 방해하며 누가 후배인지 언제부터 어떻게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들을 끝없이 늘려간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꼬라지 웃겨 죽는다”면서 “좋은 예능 만들겠다며 젊음을 쏟아 달려왔는데 어느새 보람도 보상도 없는 곳에 서있다. 회사는 시사교양국 없애고, 기자고 아나운서고 쫓아내고, 뉴스로 개그 하느라 정신이 없다. 회의실 편집실 촬영장에서 숱한 밤을 샜는데 남은 것은 얘기하기도 쪽팔린 이름 ‘엠XX’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웃긴 것 투성인데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면서 “함께 고민하던 동료들은 결국 ‘PD다운 일터’를 찾아 수없이 떠났다. 매일 예능 뺨치게 웃기는 뉴스만 만드는 회사는 떠나는 동료들 등 뒤에는 ‘돈 때문에 나간다’며 웃기지도 않는 딱지를 붙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웃음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웃기기 정말 힘들다. 웃기는 짓은 회사가 다 한다.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라면서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웃기는 건 우리 예능PD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MBC 아나운서 29명은 성명을 통해 김장겸 사장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다시 시청자의 품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만나면 좋은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10명이 해고되고 80여 명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다. 200여 명이 자신의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11명의 아나운서가 ‘그들은 안 된다’는 윗선의 지시로 방송에서 사라졌다. 또 다른 11명의 아나운서는 ‘방송이 하고 싶어’ MBC를 떠났다. 겁박이 횡행하는 ‘공포정치’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퇴사자들은 증언한다. ‘공정방송’을 외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경험과 열정, 신념을 바탕으로 방송 현장을 누벼야 할 아나운서들을 MBC에서 보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면서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온 에어’ 직전까지 내용을 확인하고, 문장을 바루어 또박또박 뉴스를 전하던 MBC 아나운서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 계약직과 프리랜서가 들어섰다. 스포츠 주요종목의 캐스터는 본사 아나운서가 아니다. 신입 아나운서는 단체행동이 어려운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최소한의 현업 인력으로 남겨진 아나운서들도 괴로움을 호소한다.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유린당하며 단순 방송기능인 노릇을 강요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불러온 사람들이 있다. 언론인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력의 나팔수로 앞장 선 장본인들”이라면서 “그들은 사측에 빌붙어 MBC 아나운서 5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동료를 짓밟고 선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승진과 영전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언어폭력을 일삼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신동호 국장은 물러나야 한다. 사측의 적극적인 하수인 역할을 한 대가로 제주 MBC사장이 된 최재혁 전 국장, 이른바 ‘윗선’으로 아나운서를 비롯해 각 부문의 탄압을 주도한 백종문 부사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09년 신뢰도 1위 언론사’였던 MBC는 어느새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다”면서 “MBC의 사시(社是)인 ‘자유, 책임, 품격, 단합’은 사라지고 군사정권 때 강요된 ‘음수사원(飮水思源)’이 버젓이 내걸렸다. 신뢰받던 방송을 추락시킨 세력의 중심에 전현직 사장인 김재철과 안광한, 김장겸 그리고 방문진 이사장 고영주와 일부 전현직 이사들이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은 MBC 몰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2012년의 170일 파업, 2010년의 39일 파업은 방송 장악을 기도하던 세력에 맞선 몸부림이었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때를 떠올린다. 부당함에 저항했던 발버둥은 지쳐 갔고 체념과 자조는 깊어졌지만, 이제 우리는 지난 세월 제 목소리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시청자 여러분의 곁으로 돌아가려 한다. ‘두 눈 부릅뜬 방송으로 거듭나라’는 촛불민심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다.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방송,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1월 내부 보도 병폐를 고발한 동영상을 공개해 징계를 받은 MBC 막내 기자들(곽동건 이덕영 전예지)은 21일 사내 대자보를 통해 “‘조직 내 건전한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삭제와 차단을 일삼겠다는 부박한 자기모순은 누구의 발상이냐. 삭제된 입들은 또 다른 열 개의 입으로 차단된 하나의 목소리는 모두의 목소리로 커져갈 것이다. 비로소 말과 글의 힘으로, 기죽지 않는 당당한 행동으로 MBC를 바꿔낼 것”이라면서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 MBC 언론인 외에 목포 MBC 보도부·영상부 기자 12명, 대구 MBC 구성원 84명도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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