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웜비어, 4년 전 졸업생 대표로 섰던 고교서 장례식…2500명과 함께한 마지막 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북한에 18개월간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6일 만에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작은 사진)의 시신이 22일(현지시간) 장례식이 치러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모교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영구차로 운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에 18개월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났으나 미국으로 송환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장례식이 열렸다.

APㆍ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웜비어의 모교인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웜비어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장례식장은 유족의 뜻에 따라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지만, 언론에는 비공개로 치러졌다.

웜비어의 시신이 잠깐 머문 식장 바로 앞에는 웜비어가 지난 2013년 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한 연설 문구 ‘이것은 우리 시즌의 피날레다. 이것은 한 위대한 쇼의 끝이지만 이를 뒤따를 수백 개 후속편의 시작이다’가 걸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웜비어의 유족, 친척, 친구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면서 25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이어졌다. 지역 매체 WCPO에 따르면 장례식장인 예술회관은 정원 2500명에 달하지만 끊이지 않는 추모객으로 장례식 문을 연지 불과 12여 분 만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날 장례식에 성조기 무늬 넥타이를 매고 참석한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는 아내 신디와 손을 꼭 잡고 이 모습을 지켜봤다.

중앙일보

웜비어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 위에 놓여져 있는 파란색 하얀색의 추모 조화(왼쪽)와 줄지어 서 있는 추모객들과 파란색 하얀색의 리본. 푸른색과 흰색은 학교 상징색이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을 반긴 건 시민들은 모교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하얀색 리본 장식이었다. 교내와 식장 안에는 이 리본들로 치장된 상태였다. 이 리본 장식은 웜비어가 막 고향에 도착했을 당시 유가족을 응원하고 그의 건강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매단 것에서 시작됐다.

이날 북한으로 날아가 웜비어 송환을 담판 지은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해 오하이오 주가 지역구인 롭 포트먼 상원의원,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식장에는 웜비어가 북한을 여행할 때 입었던 옷과 사용한 물건 등 유품들이 전시됐다. 웜비어의 한 친구는 “그는 좋은 청년이었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라며 “장례식에 오니 너무 마음이 무겁다”라고 안타까워했다.

20년 지기 친구 크리스 콜튼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웜비어는 내가 아는 가장 신중하고, 상냥하며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재학 시절 웜비어와 함께 축구팀에서 뛰었다는 동창은 첼로로 추모곡을 연주했다.

중앙일보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장례장이 마련된 '와이오밍 고등학교'에 웜비어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과 북한의 오랜 교섭 끝에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로 돌아온 웜비어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인 19일에 결국 숨졌다.

웜비어의 시신은 신시내티 오크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