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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이폰 그래픽칩 납품업체 '이미지네이션' 결국 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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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IT 성공스토리, 애플 버림받고 기업가치 70% 하락

인텔ㆍ퀄컴 등 관심…"애플이 직접 인수할 수도"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그래픽 칩을 납품하는 영국 IT 기업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리지가 매물로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한때 유럽 IT의 성공스토리로 불렸던 이미지네이션이 최대 고객인 애플로부터 2년 후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후 시가총액이 70%가량 하락하면서 결국 회사를 팔기로 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우리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적 그래픽 디자인팀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향후 15개월, 최대 2년 후에는 이미지네이션의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 직후 이미지네이션 주가는 72% 폭락했다.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애플에 의존해 온 이미지네이션의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애플의 통보 직전 10억 달러(1조1천억 원)에 달했던 이 회사의 시총 규모는 3억 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미지네이션 측은 애플과 잠정적인 대체 판매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서비스 확장을 통해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달랬지만, 한번 폭락한 주가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네이션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우리 그룹을 인수하겠다는 여러 업체의 관심 표명이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이사회는 회사를 매각하는 공식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잠재적인 인수협상 업체로는 인텔, 퀄컴, 미디어텍, CEVA 등 굴지의 칩 메이커들이 꼽히고 있으며 중국의 몇몇 대자본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 회사의 주식 8%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도 인수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애플이 독자적인 그래픽칩을 만들 것이라고 하지만, 애플이 이미지네이션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단독으로 칩 개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미지네이션 측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퀄컴 등에 이어 또다시 특허 관련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이미지네이션은 애플을 상대로 갈등조정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1985년 창립해 1994년 상장된 이미지네이션은 애플의 첫 아이팟 때부터 칩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2009∼2012년 스마트폰 붐이 일어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한때 시총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서며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한편 이미지네이션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21%가량 급등해 시총 규모는 5억3천만 달러대로 올라섰다.

실리콘 밸리 관계자는 "연간 2억1천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은 수 백 개의 부품 공급업체들을 갖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애플의 방침이 변경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애플의 버림을 받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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