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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세계서 가장 비싼 벤처 우버, 발목 잡은 건 성과제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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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모델서 반면교사로 전락 왜

물러난 캘러닉 CEO 독불장군 경영

실력 있다면 성추행도 문제 없다식

성·인종 차별 조직문화 폭로돼 궁지

무리한 확장 속 기사 관리도 논란

독점기술·인프라 부족하다 지적도

실리콘 밸리의 ‘롤 모델’이었던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벤처기업들이 닮아서는 안 될 ‘반면교사’로 전락했다.

20일 (현지시간) 우버 설립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했고, 우버는 대대적인 조직 문화 개편에 착수했다.

캘러닉의 독불장군식 경영 스타일로는 성·인종 차별이 만연한 사내 문화와 성추행 등으로 브랜드 가치가 추락하는 현재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압박에 손을 든 것이다. 사실상 주주들에 의해 쫓겨난 것이다.

벤처기업에서 창업자들이 강제 퇴진 당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야후의 제리 양, 트위터의 잭 도르시도 겪은 일이다. 그러나 캘러닉 사퇴는 실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과제일주의’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우버는 2010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발을 디딘 후 10년도 안 돼 전 세계 600개 이상 도시에 뻗어 나가며 “세계에서 가장 몸값 높은 벤처기업”(타임지)으로 떠올랐다.

우버는 ‘공유 경제’의 상징이었다. 지구촌의 승객들은 택시보다 훨씬 싸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부를 수 있는 우버를 반겼다. 차량이 있는 이들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우버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약 680억 달러(약 77조 6000억원)에 이르는 기업 가치를 갖게 됐지만, 그 미래는 “불안해 보인다”(타임지)는 것이 외부의 시선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우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병든 조직 문화였다. 지난 2월, 퇴직한 여성 엔지니어 수잔 파울러가 우버에서 겪은 일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직속 상사의 성추행을 인사부서에 고발해도,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성추행을 일삼아도 ‘실력만 있다면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의 분위기와 해이한 윤리 의식의 만연을 꼬집은 그의 폭로에 많은 소비자는 분노했다.

기사들과의 관계도 삐거덕거렸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기사들이 “단순 계약자가 아닌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이후, 전 세계에서 우버 기사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폭행과 납치 위험에 시달리며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한다고 항의하는 기사들의 시위와 집단 소송은 우버의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무리한 확장 속에 검증되지 않은 인력 고용의 문제도 불거졌다. 미국에선 우버 기사들이 흑인 승객을 기피한다는 연구 결과(미국경제연구소)가 나왔고, 인도에선 승객이 우버를 탔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공격적으로 세를 불려가며 몸집을 키웠지만 과도한 ‘성과 우선주의’가 결국 우버를 위기로 몰고 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우버의 교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캘러닉의 마초적 스타일, 성과만 중시하는 경영 방식이 우버의 사내 문화를 파괴적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WSJ “700억 달러 기업가치 부응 못할 듯”

창업자 캘러닉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NYT는 “투자자와 이사회 등 우버를 바꿀 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감독’이 실패한 것”라며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설립자 뒤에는 강력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냉담하기까지 한 조력자가 있었다는 교훈을 무시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우버가 700억 달러 가까운 기업 가치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고 평했다.

독점 기술을 가진 애플과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아마존 등과 비교했을 때 ‘독점적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만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우버 이사회는 새로운 CEO를 물색하고 있다. 빌 걸리 우버 이사회 의장은 “경험 많고 명료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물망에 올랐지만, 그는 페이스북에 남겠다고 선을 그었다. 토머스 스태그스 전 디즈니 COO,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 엘렌 뮬럴리 전 포드 CEO, 존 도너호 전 이베이 CEO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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