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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런던 화재민 고급주택 입주에 엇갈린 시선···"누군가는 돈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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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불길 잡히지 않는 런던 화재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피해 주민들의 새 거처가 인근 고급 아파트에 마련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의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렌펠 타워 참사 이후 영국 사회에 내재된 빈부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시민들 간 인식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 정부는 21일(현지시간) 그렌펠 타워가 위치한 켄싱턴 지역에서 고급 아파트 68채를 매입해 피해 주민들이 앞으로 살아갈 집을 마련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사지드 자비드 지역사회부 장관에 따르면 일부 주민들은 켄싱턴 내 워윅 로드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이 곳엔 분양가 150만~850만 파운드(약 21억 7000만~123억 원)를 호가하는 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많은 시민들이 화재 참사로 모든 걸 잃은 이들이 새 거처를 찾게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켄싱턴 일부 주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피난민들이 입주할 아파트 근처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그렌펠 타워가 있는) 노스 켄싱턴은 여기 켄싱턴과는 다르다"며 "여기 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느낄 곳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여건상 이들 모두가 런던의 이 지역에서 새 집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선 안 된다"며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켄싱턴은 빈부격차의 벽이 뚜렷한 곳이다. 그렌펠 타워가 있는 노스켄싱턴 쪽은 영국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건물 역시 정부가 소유한 공공 임대주택이다.

그렌펠 타워 입주민 대다수 역시 주류 사회와는 거리가 먼 빈곤층, 이민자들이다. 반면 노스켄싱턴 바로 옆인 사우스 켄싱턴, 노팅힐, 첼시 등에는 부자들이 소유한 호화 주택들이 몰려 있다.

또 다른 주민은 피해민들의 부촌 입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화재 참사를 두 눈으로 생생히 보고도 자기 이익만 생각한다는 지적이다.

이 주민은 "그들은 여기 살기 위해 한 달에 5000파운드를 낸다고 큰소리를 친다"며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고급 아파트에 살게 놔둘 수 있냐고 한다"고 혀를 찼다.

런던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택시장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안그래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값비싼 주택들이 텅 빈 채로 방치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그렌펠 타워 피해 주민들에게 새 집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런던 내 비어 있는 고급 주택들을 징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그렌펠 타워 참사를 '국가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가가 주민들이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돕지 못했다"며 "총리로서 이런 실패를 사과한다"고 말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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