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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상화폐 ‘대란’에 울고 웃는 용산 PC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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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 열풍이 PC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상화폐의 생성 과정인 '채굴(mining)'에 다수의 PC가 투입되면서 용산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PC 시장도 관련 부품의 판매량이 증가해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반면, 그 외 제품들은 평년 비수기만도 못한 판매량에 울상이다.

◆ 그래픽카드, 파워서플라이, 완제품 PC 업체들은 '방긋'

가상화폐 열풍으로 인해 가장 큰 덕을 본 분야는 단연 그래픽카드다. '채굴용 시스템'에는 연산 가속용으로 그래픽카드가 대당 4개~6개씩 들어간다. 일부 전용 시스템은 그래픽카드를 8개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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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어 채굴용 시스템에 적합한 그래픽카드 제품들은 시장에서 씨가 말랐다. 가상화폐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 물량 확보에 뛰어들면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이다. 웃돈까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추가 물량이 들어와도 당일에 전량이 소진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그래픽카드의 인기(?)에 가려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 시장도 화색이 돌고 있다. 다수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채굴용 시스템은 그만큼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업계에 따르면 안정적인 채굴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1000W(와트)급 이상의 고용량 파워서플라이는 필수다. 평소 판매량이 많지 않은 고가의 고용량 파워서플라이 판매량이 급증하자 관련 업체들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완제품 PC 업체들도 예상치 못한 덕을 보고 있다. 그래픽카드 공급이 차질이 생기면서 조립PC 시장이 마비되자 소비자들이 당장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완제품 PC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고성능 GPU를 탑재해 게임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게이밍 미니 PC'나 '게이밍 노트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미니 PC 전문기업 조텍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열풍으로 그래픽카드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고성능 '게이밍 미니 PC' 제품들의 판매와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지포스 GTX 1070을 탑재한 'EN1070' 모델의 경우 이미 재고가 동이 났으며, 지포스 GTX 1060을 탑재한 'EN1060'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상위 모델의 국내 출시에 대한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채굴용 시스템 구성에 필요한 메인보드 제품 일부와 네트워크 허브(hub) 등 채굴 환경에 필요한 제품들의 경우 가상화폐 열풍과 더불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 CPU와 메인보드 등 기타 부품 업체들은 '침울'

반면 그래픽카드와 파워서플라이를 제외한 다른 PC 부품업체들과 이들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판매하는 조립PC 업체들은 울상이다.

조립PC 시장에서 가장 수익이 큰 쪽은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게이밍 PC'다. 그런데 필수품인 그래픽카드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아예 개점휴업 상태다.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는 사무업무용 저사양 제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그만큼 이익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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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의 경우 인텔도 타격을 입었다. 조립 PC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데다, 채굴용 시스템에서는 고가의 고성능 최신 프로세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라이젠(RYZEN)'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거침없이 세를 넓히던 AMD는 더욱 타격이 크다. 한창 상승세를 타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혀진 셈이다.

케이스도 기존의 케이스는 채굴용 시스템에 사용할 수 없고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단순하게 짠 채굴 시스템용 간이 케이스만 성황이다. 주변기기 시장도 여의치 않다. PC 교체주기를 맞은 PC방들도 그래픽카드를 구할 수 없어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변수는 있다. 빠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의 등장이다. 단순한 구성에 저렴한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조립PC 시장에 그래픽카드 공급에 숨구멍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부품의 대란에서 PC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것은 적어도 올해 3분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한 용산 PC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만큼 달아오른 채굴 시장 역시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며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가 나오더라도 이미 급속히 커진 채굴 시장의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IT조선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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