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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니 뭐 이런 뉴스]민둥산 아프간에서 숲 위장용 군복?...320억 날린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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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국방부가 아프간군에 지원하는 군복인 Spec4ce 포레스트(왼쪽). 아프간군은 군복 변경을 결정한 2007년 이전에는 미군의 오랜 전투복과 거의 흡사한 ‘우드랜드전투복(오른쪽)’을 입었다. 그러나 둘다 숲 위장용 군복으로 숲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의 지형에는 맞지 않다.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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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없는 민둥산과 사막 뿐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아프간군에 지원할 군복으로 숲 위장용을 사서 8년 동안 320억원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2007년 5월 미 국방부는 아프간군에 지원하는 위장용 군복의 디자인을 바꿨다. 종래 아프간군이 입던 군복은 미군이 입던 숲 위장용 군복인 ‘우드랜드 전투복(BDU)’와 거의 같았다. 그러나 이 군복을 오래 입어 탈레반 등 반군에게 쉽게 노출되고 복제된 군복이 등장하는 문제가 생기자 디자인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하이퍼스텔스사의 ‘Spec4ce 포레스트’가 선택됐다. 그러나 결정 과정부터 비용까지 모두 비합리적이었다. 종전에 입던 군복이나 바뀐 군복 모두 숲 위장용이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숲 위장용은 맞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은 무분별한 벌목과 전쟁 등으로 지난 30년 사이 숲의 절반이 사라졌다. 전 국토에서 숲이 있는 면적은 2%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전쟁이 한창이던 때 이곳에 파병된 미 해병대들은 사막 위장용 전투복을 입었다. 존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USA투데이에 “아프간 병사들은 등 뒤에 ‘날 쏘세요’라는 써 붙이고 다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투복의 기능과 디자인에 결정적 차이가 없는 군복에 미군은 쓰지 않아도 될 돈인 2800만 달러(320억원)를 더 들였다. BDU는 미군이 도안 소유권을 갖고 있어 저렴하지만 새로 바뀐 Spec4ce 포레스트는 민간 업체가 라이센스를 독점 소유하고 있어 훨씬 비싸다. 그럼에도 이를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개인 취향이었다. 보고서는 “압둘 와힘 와드닥 아프간 국방장관이 하이퍼스텔스사의 웹사이트를 보다가 도시적이고 차분한 디자인이 좋다고 골랐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라이센스를 소유한 군복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 시민들은 향후 10년 동안 6800만~7200만 달러를 더 내야 한다.

소프코 감사관은 “아프간 국방장관이 보라색이나 핑크색이 좋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패션 때문에 우리는 납세자의 돈 2800만 달러를 낭비했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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