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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나토-러, 연일 군용기 대치…발트해 ‘긴장의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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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발트해 상공 전투·폭격·정찰기 신경전 잇따라

러시아 국방장관 탑승 비행기 추격에 “도발” 비난

미·러 군용기 1.5m까지 접근하며 치킨게임까지

나토, 러의 크림반도 점령 뒤 발트 3국 방어 강화

러, “연말까지 20개 기지 신설, 군사력 2.5배 증가”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 100㎞ 회랑이 갈등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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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발트해 상공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탄 비행기(날개만 보이는 것)를 나토의 F-16 전투기(오른쪽)가 따라붙자 러시아군의 수호이-27 전투기가 중간에 끼어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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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 쪽 전투기와 무인기 격추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는 가운데, 북유럽 발트해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사이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21일 나토의 F-16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탄 비행기를 근접 비행으로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쇼이구 장관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인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길이었다. 이에 호위 비행을 하던 러시아군의 수호이-27 전투기가 끼어들어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F-16을 밀어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방송 화면에는 수호이-27이 두 비행기 사이에서 날개를 기울여 장착한 미사일을 내보인 직후 F-16이 사라지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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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닌그라드에 도착한 쇼이구 장관은 군 지휘관 회의에서 “서부 국경지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나토의 군사행동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러시아 비행기들이 정체를 밝히지 않아 추적했을 뿐 “누가 탄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은 쇼이구 장관이 돌아올 때도 나토 전투기가 먼 거리에서 따라붙었다고 보도했다.

발트해 상공에서 나토와 러시아 군용기의 신경전은 최근 부쩍 잦아졌다. 19일에는 러시아의 수호이-27이 두 대의 미군 정찰기 RC-135와의 신경전 과정에서 1.5m까지 접근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군은 수호이-27이 고속으로 접근해 위협했다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미군기가 갑자기 방향을 트는 위험한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6일에는 러시아 영공으로 접근하는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러시아 전투기가 밀어냈다. 지난달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에 7m까지 접근했다. 스웨덴 정부도 러시아 전투기가 전날 자국 정찰기를 위협했다며 21일 러시아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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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나토는 회원국인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의 안전을 러시아가 위협한다며, 러시아는 서쪽 국경 부근에서 나토가 군사력을 증강한다며 서로 비난한다. 갈등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엔클레이브(본토에서 떨어져 타국에 둘러싸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 사이에 있는 수바우키 회랑이 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국경을 이루는 104㎞ 길이의 이 회랑을 러시아군이 장악하면 발트 3국은 포위될 수밖에 없다. 이 회랑 북쪽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를 비롯해 강력한 군사력이 배치돼 있다. 쇼이구 장관은 연말까지 서쪽 국경지대에 기지 20여개를 신설해 지난해 말 대비 군사력을 2.5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소련 붕괴로 1991년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한다. 나토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한테 크림반도를 빼앗은 이후 허약한 회원국들을 보호하겠다며 발트 3국에 병력 4500명을 배치하고 항공 정찰을 강화했다. 나토는 17~18일에는 미국·영국·폴란드·리투아니아·크로아티아가 참여해 러시아의 수바우키 회랑 점령 시도를 가정한 최초의 훈련을 했다. 2차대전 때 소련에 국토의 반을 점령당한 폴란드도 이 회랑 방어에 사활이 걸려있다.

러시아는 침공 의사가 없는데도 나토가 동유럽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발트 3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9월에 10만명 규모의 대규모 연합훈련 때 수바우키 회랑 점령 연습도 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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