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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국민들은 집값이 오르길 원할까 내리길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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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만큼 올라야 바람직…과도 규제는 계단식 급등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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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차나 한번 바꿔볼까."

집값이 한창 오를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식탁에서 부부끼리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 지인은 특급 주거지로 급부상한 지역에 아파트를 샀는데 1년 사이 집값과 월세가 크게 올라 비싼 외제 차를 뽑았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자산효과'란 게 이런 거죠. 지인의 경우는 월세 수입이 크게 올라 차를 뽑을 만했지만, 당장 실현된 이익이 없더라도 집값 상승은 재산이 늘어났다는 흐뭇함을 주고 동시에 소비 욕구도 증진시킵니다.

이번 주 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일부 과열지역의 집값 급등세가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아마도 이미 자산효과에 뿌듯해진 소유자들이 많을 겁니다. 부동산 대책은 나올 때마다 온 나라가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뉴스는 톱 단락을 장식합니다. 자산 가운데 부동산의 비중이 워낙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죠.

그럴 때면 집값 상승은 마치 사회 정의 구현 차원에서 때려잡아야 할 '원흉'처럼 여겨집니다. 정말 집값은 무조건 안정돼야만 좋은 걸까요? 일반 국민들 대부분은 집값이 내리길 바랄까요? 가장 단순한 답은 집 가진 사람들은 오르길 바랄 거고, 무주택자는 내리길 바란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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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모범답안은 이겁니다. 집값은 물가상승률만큼 오르는 게 가장 좋다는 겁니다. 집값이 적절히 올라줘야 이른바 자산효과도 생기고 노후도 대비할 수 있으며, 무주택자도 내 집 마련의 소망을 갖게 됩니다. 또, 건설업체들이 열심히 집을 지어 건설 경기도 살아날 겁니다.

물가하락이 좋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과 경기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것처럼, 주요한 물가요소인 집값 하락도 소비심리와 건축경기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집값은 어떤 상태일까요. 통계란 게 어떤 요소를 대입시키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서, 어떤 전문가는 우리 집값을 심각한 상태로, 또 다른 이는 정상적으로 해석합니다.

일례로 한국감정원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의 서울 주택가격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올해는 105.5로 8년 사이 5.5% 올랐다고 분석합니다. 매우 안정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죠. 이에 비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비슷한 기간 동안 30~70%나 올랐다는 겁니다.

다른 많은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하는데, 95년 이후 최근까지의 집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 근접한다고 말합니다. 중간중간 금융위기나 부동산 활황이란 변수가 오가며 급락과 급등을 반복한 구간이 있지만, 평균적으론 물가상승률만큼 올랐다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우리 집값 오름세가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지만, 많이 봐오던 소득대비 집값으로 환산하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1인당 GDP 대비 집값은 우리가 8.8배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수위를 다투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각국의 수도만 놓고 비교하면 서울이 14.6배로 16.1의 벤쿠버, 15.1의 도쿄에 뒤이은 높은 수준이고요. 이런 통계에는 예외 없이 “월급 한 푼도 안 쓰고 몇 년을 모아야 서울 집 산다”는 류의 기사가 따라붙죠.

집값은 그 상승에 따른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이고, 각기 나름의 논리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개별 국가의 상황,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과 소득증가율, 주택보급률 등의 변수에 따라, 같은 오름폭을 두고도 어떤 곳은 심각하게 바라보고, 다른 곳은 문제없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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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집값도 물가이기에 인위적으로 잡으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번 주 초 나온 정부 대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진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단기급등을 위험요소로 보고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았을 경우, 상당 기간 집값은 억제되지만 임계점에 오면 그동안 못 오른 부분까지 더해서 계단식 급등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풀이해보면 평균적 물가상승률에 근접한다는 것이죠.

국내 가구당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면 집값이 안정돼야 할 거 같지만, 한 사람이 여러 채를 소유한 경우가 있고, 일인 가구는 늘고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도시에는 여전히 집이 모자라기에 집값은 항상 불안요인을 갖고 있습니다.

주초에 나온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을 언론에선 '핀셋 규제'로 요약합니다. 투기수요만 차단하고, 경기침체는 피한다는 정책의 목표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용어죠. 서슬 퍼런 당초 분위기에 못 미치는 대책이 나온 건, 과거 정부에서 억지규제가 불러왔던 부작용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고철종 기자 sbskc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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