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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원격근무 전도사 "세계 곳곳이 내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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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노마드' 저자 도유진 인터뷰

원격근무로 삶 바뀐 68명 인터뷰

영화 '원 웨이 티켓' 제작하기도

"IBM, 델 같은 유명 기업도 원격근무를 하는데,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단지 '낯설다'는 이유로 원격근무 도입을 주저하고 있어요."

'원격근무 전도사' 도유진(29)씨가 잘라 말했다. 21세기 문화 키워드 중 하나는 디지털 노마드. 원격근무는 사무실 밖에서 온라인으로 일하는 업무 형태다. 이 문화 키워드를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 '디지털 노마드'(남해의봄날刊)을 펴낸 그를 서울 성수동의 한 협업공간(원격근무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일하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원격 근무를 도입한 회사 경영진과 원격근무자 총 68명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영화 '원 웨이 티켓'을 만든 영화감독 겸 제작자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도유진씨가 손에 노트북을 들고“이게 제 밥줄이에요”라고 말했다. 노트북과 인터넷은‘원격근무’의 필요조건이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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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원격근무 본격 소개서다. 원격근무로 삶이 달라진 사람들 목소리와 새로운 근무 형태가 등장한 배경과 장단점을 고루 담았다. 출판사는 처음에는 도유진씨의 삶을 에세이로 담아달라고 제안했다. 고등학교는 한국, 대학교는 중국(산둥대학교)에서 졸업. 첫 직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이고, 이후 원격근무를 하며 30개가 넘는 도시에서 단기 거주를 반복해온 그녀의 삶 자체가 읽을거리라는 판단이었다. 도씨는 의견이 달랐다. "'원격근무'하면 '칵테일 잔 들고 해변에 누워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고, 한국 사회가 이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노마드라는 말에 히피부터 떠올렸다면 다시 생각하라는 말이다. 회사 사무실에서 일이 잘되는 사람은 그곳에서, 시끄러운 카페에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사람은 카페에서 일할 때 효율이 높아진다는 소박한 주장이기도 하다. YOLO(한 번뿐인 인생) 족처럼 회사를 관두고 세계여행을 떠나자는 주장이 아니다. 핵심은 책 부제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권리'에 있다.

도씨는 "원격근무가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원격근무를 통해 회사가 부동산 임차료를 아끼기도 해요. 직원은 월세 3000달러짜리 단칸방에서 살며 출퇴근 안 해도 되니 좋고요."

'원격근무' '디지털 노마드' 같은 말이 젊은이만을 위한 개념이 아니라고 도씨는 강조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노(老) 변호사가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단 한 시간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는 거예요. 준비만 제대로 하면 세계를 떠돌면서도 로펌을 운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실제로 사회초년생인 20대보다 자기 주특기를 갖춘 40대 이상이 원격근무에 적합해요."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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