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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소기업 “부당 전속거래 없애달라”…공정위 ‘대기업 갑질’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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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기ㆍ기술 탈취 등

중기중앙회, 관행 개선 요구

현행 하도급법으론 처벌 난망

공정위 “요구 사항 검토 중”
한국일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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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장기 계약의 일종인 전속거래를 빌미로 협력 중소업체에 ‘갑질’을 일삼는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갑을 관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책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19일 공정위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협력업체)간 부당한 전속거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공정위에 발송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전속거래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수출판로 제한, 기술 탈취 등 대기업 갑질의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속거래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할 때 10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체결하는 형태의 거래다. 과거 산업화 시대 대기업의 수출주도 성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대ㆍ중소기업간 수직적 분업 시스템을 장려하며 도입됐다. 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자분야 협력업체(응답 68개사)의 무려 97%(66개사)가 국내 대기업과 ‘장기’ 전속거래 관계에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대기업이 전속거래를 ‘미끼’로 중소 협력사의 경영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데에 있다. 제조업체 A사 대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해외 수출을 시도하면 전속거래 관계의 대기업이 ‘거래를 끊겠다’고 위협한다”며 “이런 식으로 협력사의 발을 묶은 후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도 “원청 대기업이 전속거래 계약 연장을 빌미로 자금지원 없이 신기술에 대한 공동 특허권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동규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대기업이 자사에 주문자상표부착제작(OEM) 방식으로 제품을 장기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에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지 마라’고 요구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중소기업이 이에 대응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의 금지행위인 ‘부당특약’의 세부 지침은 ‘비용을 (수급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통상 전속거래를 체결하며 대기업이 협력사에 요구하는 부당한 요구사항이 계약서의 특약 조항에 담긴다”며 “하도급법 세부 지침에는 이에 대한 조항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하도급법은 ‘3년 이내’ 불공정행위에 한해 공정위 조사를 규정하고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인 전속거래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는 밝혀내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을 통해 부당 전속거래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판단이다.

공정위도 어떤 방식으로든 전속거래에 ‘메스’를 들이댈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속거래와 같은 오래된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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