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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산불서 물탱크로 피신한 주민들, 기적의 생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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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론 고조…우후죽순 산림 관리·도로 폐쇄 실패 등에 비판 일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6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역대 최악의 산불로 깊은 슬픔에 빠진 포르투갈에서 기적의 생존 스토리가 알려지며 작은 위안을 주고 있다.

19일 BBC방송에 따르면 중부 노데이리뉴 마을 주민들은 거센 불길로 마을 진입로가 끊긴 탓에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물탱크에 은신해 있다가 구출됐다.

이 마을은 17일 밤 시작된 이번 산불로 불길에 휩싸이며 차를 타고 가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IC8 고속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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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포르투갈 중부 IC8 고속도로 [AP=연합뉴스]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 물탱크를 떠올려 자신과 가족은 물론 상당 수 마을 사람들의 목숨까지 구한 이 마을 주민 마리아 두 세우 실바에게는 이번 화재의 영웅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중년 여성인 실바는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어머니를 피신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물탱크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일간 코레이우 다 마냐에 "남편은 엄마를 승합차에 태워 대피시키자고 했지만 엄마가 '여기서 죽겠다'며 거부했다"며 "아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물탱크로 엄마를 옮길 수 있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실바 여사의 고령의 아버지와 95세의 장애인 할머니 등 이 마을 주민 12명은 결국 실바 여사의 기지 덕분에 약 6시간의 기다림 끝에 당도한 구조대에 의해 화마에서 무사히 벗어났다.

생존자 중 1명은 "물탱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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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화염에 휩싸인 포르투갈 중부 마을 [AFP=연합뉴스]



이번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포르투갈 정부에 대한 비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환경 단체인 케르쿠스는 "이번 산불은 수 십 년에 걸쳐 자행된 정부의 산림 관리상의 오류와 그릇된 정치적 결정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수익성은 높지만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유칼립투스의 대량 재배를 허용함으로써 대형 산불을 방조했고, 정부 기구들도 조직적인 산불 방지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불길을 피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다 47명이 목숨을 잃은 도로를 폐쇄하지 않은 구조 당국에도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포르투갈 방재 전문가들도 산불에 대비한 정부 전략에 여러가지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추후 무성한 산림의 정리 작업, 방호대 설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산불로 인한 대부분 사망자가 차량으로 대피하던 중 도로에서 희생된 점을 지적하며, 산불 접근 시 올바른 행동 지침을 지역 주민들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서단에 위치해 서쪽으로는 대서양에 면해 있고, 북쪽과 동쪽으로는 스페인을 접한 포르투갈은 바람이 세고, 한 여름에는 섭씨 40도까지 올라가는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불에 잘 타는 소나무와 유칼립투스가 빽빽한 산림을 갖추고 있어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산불에 취약한 편으로 꼽힌다.

한편, 포르투갈 정부는 소방관 2천700명을 동원해 산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번 산불이 시작된 리스본에서 북동쪽으로 150㎞ 떨어진 산간 지대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살수 비행기가 속속 도착하고 있으나 불길로 인한 두터운 연기로 시야가 제한된 탓에 일부 지역에서는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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