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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독일 공군 두려워한 영국 전투기 "스피트파이어" 성능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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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중 독일ㆍ영국 공군 상대방 전투기 공포

알고보면 성능은 비슷해…“남의 떡 크게 보여”

전쟁의 심리적 요인, 상대 무기 들고 싸우기도

빼앗거나 노획한 것 사용해…복제품 만들기도해

1940년 영국 본토 항공전 당시에 독일 공군의 전과가 부진하자 총사령관 괴링이 부하들을 꾸짖으며 “이기려면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제26전투비행단장인 갈란트가 “우리에게 스피트파이어(영국의 주력전투기)를 주십시오”라고 대답해 괴링이 당황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당시 영국의 조종사들은 독일의 주력기인 Bf 109를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

이처럼 영국과 독일의 조종사들은 상대의 주력기를 서로 부러워했다. 선회력에서는 스피트파이어가, 급강하에서는 Bf 109가 좀 더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실제로 성능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자고로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것처럼 상대가 나보다 뛰어나다고 막연히 인식하였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피아 식별이나 후속 보급 등의 이유 때문에 획득한 상대방 전투기를 실전에 투입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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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비행을 벌이는 스피트파이어와 Bf 109. 제2차 대전을 상징하는 라이벌이지만 당시 영국과 독일의 조종사들은 상대방 전투기가 더욱 강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사진 wallpaperpulse.com]


반면 지상군 무기의 경우는 전투 중 노획한 적군의 것을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특히 총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소련의 PPSh-41과 독일의 MP40을 들 수 있다. 이 둘은 화력과 사거리는 작지만 뛰어난 연발 발사기능을 바탕으로 근접전에 특화된 기관단총이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노획하여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만큼 상대로부터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따발총으로 많이 알려진 소련군의 PPSh-41은 제작과 정비가 쉬웠고 특히 대량 장전이 가능한 드럼 탄창을 채택하여 지속 사격 능력이 좋았다. 한마디로 독일 병사들에게 인기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정작 소련군은 독일군의 MP40이 튼튼하고 잔고장이 없으며 안정성과 신뢰성이 좋다며 선호했다. 경우에 따라 상대의 기관단총으로 교전을 벌이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두 기관단총의 성능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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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노획한 PPSh-41로 경계를 서는 독일 병사. [사진 wikipedia]


물론 성능의 차이가 월등하고 당장 대응할 수단이 없다면 상대의 무기를 노획하여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전쟁에서 승리하여야 한다는 명제보다 우선 시 되는 것은 없기에 소소한 자존심과 명분은 다음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상대의 무기를 무단으로 복제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재 중국의 주력 전투기인 J-11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그러나 성능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고 공급 물량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적국의 무기를 사용하는 일은 정책 당국 입장에서 결코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빼앗거나 노획해서라도 사용하고 싶어할 정도로 전시에 상대의 무기를 과하게 평가하는 사례가 흔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나의 피해는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상대의 피해는 시차를 두고 확인할 수 있거나,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선의 병사들이 나를 매섭게 몰아붙이던 상대의 무기가 더욱 좋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스펙으로는 분명히 차이가 없어도 남의 떡이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체제, 이념, 선전 그리고 군기를 벗어난 인간의 본능에 관한 문제다. 인간에게 어려웠을 때 겪었던 고통의 기억이 강렬하게 그리고 더욱 오래도록 남는 것과 같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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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 미소의 핵무기 보유량 변동 현황.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여서 무한의 경쟁을 벌인 시기였다. 파란색은 미국, 붉은색은 소련의 보유량이다. [그림 wikipedia]


이처럼 남의 떡이 더 크다는 생각이 절정에 이르던 때가 냉전 시대였다. 미국과 소련은 상대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과 노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경쟁에서 패한 소련은 해체되는 운명까지도 맞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된 지금도 단지 규모가 줄었을 뿐이지 남의 떡을 앞서기 위한 경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인류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계속될지 모른다.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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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현 기자 knclogi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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