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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황대권의 흙과 문명]GMO와 방사능 ‘닮은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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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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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점 인류문명에 드리워진 가장 짙은 그림자가 무엇일까? 전쟁일까? 아니면 질병, 기아, 자연재해? 모두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운 것임에 틀림없지만 인류는 이들을 극복하는 가운데 문명을 발전시켜온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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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예 극복 자체가 불가능한, 이로 인해 인류가 끔찍한 고통 속에 시달리다가 결국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GMO(유전자변형식품)와 방사능이다.

아, 참으로 난감하고 또 막막하다. 결말이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도무지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혼자만 알고 도망간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두 가지가 세상에 가득 차면 좁은 지구 어디에도 도망갈 데가 없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세상에 만연해도 사람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몇몇 선각자들이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자료를 뒤지다가 러시아에서 만든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이라는 영화와 프랑스에서 만든 <모두가 모르모트>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둘 다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우울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핵 관련 영화는 이미 많이 제작되었고 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로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근래에 지진이 빈발하는 데 놀라 탈핵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GMO와 관련된 영화나 문서가 공인된 기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경우는 별로 없다. 아직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GMO를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기관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정부는 모든 식품에 GMO 포함 여부를 표시하자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가 모르모트>는 GMO와 관련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실험용 쥐(모르모트)에게 지속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을 먹였더니 거의 모두가 암에 걸리고 불임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공인된 연구소에서 300만유로나 들여 행한 실험이지만, 내용이 발표되자 GMO 관련 회사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실험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세계 식품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GMO 관련 회사의 로비력이 워낙 막강한 데다 이미 유전자조작 식품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는 각국 정부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대중은 그 실상을 알 도리가 없다. 핵발전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GMO가 오히려 더 안전하고 좋다는 선전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GMO와 원자력은 인구증가에 따른 지구자원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이뤄낸 과학적 쾌거였으나 거꾸로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다. GMO는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그리고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 자원으로 도입되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취지는 곤경에 처한 인류를 구한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식량자원과 에너지를 독점하여 세계를 손 안에 넣고 흔들겠다는 패권주의가 숨어 있다.

이 패권주의 세력은 실험실에서 만든 식량과 에너지를 전 세계에 값싸게 공급하여 해당 국가의 경제기반을 장악한다는 원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세계인들은 값싼 식량과 에너지를 받아먹는 대신에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내어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그치면 좋겠지만 GMO와 방사능은 인간의 몸과 지구환경을 점진적으로 오염시켜 결국 모두가 멸망하고 마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GMO와 방사능은 분야가 다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연상태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인공합성물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가 없다. 방사능의 위해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GMO는 매일 먹는 식품 속에 들어 있어 함부로 위해성을 얘기하기가 몹시 조심스럽다.

둘째, 공기처럼 무색무취라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들은 값싸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실상을 은폐하고 사람들을 속이기 쉽다.

셋째,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규모이다. GMO는 특정 작물의 형태로 유통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공식품의 원료로 들어가 있어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이것이 자유무역을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들판에서는 다른 식물들과 교배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방사능 역시 한번 유출되면 바람이나 해류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

넷째, 이들의 수명은 거의 반영구적이다. GMO는 생물이므로 재생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며, 방사능은 반감기가 긴 것은 45억년이나 되니 겨우 1만년 된 인류의 문명으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다섯째, 이들은 바깥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하지만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훨씬 더 위험하다. 방사능의 경우 대기를 통한 오염에 비해 내부피폭(오염된 식품을 먹는 것)이 10만배나 더 위험하다고 한다.

여섯째, 한번 유출되면 주워 담지 못한다.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회수하거나 없애버리거나 변환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이런 경우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GMO와 인공방사능은 인류가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옛날로 치면 ‘터부’의 영역이다. 그런데 터부가 사라진 현대에 들어와 이런 참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이 있는 한 터부는 있을 수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터부를 까부수기 전에 문명이 먼저 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황대권 | 생명평화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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