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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여백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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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한 학생을 키우려면 온 학교와 사회가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자아발견과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적절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다. 즉, 우리 학생들에게 맞는 학교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은 학교비전과 교육목표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고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경향신문
지난 수년간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사 개인의 교실 단위 실천을 넘어서 학교비전과 교육목표를 함께 만들고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 단위 실천이 이뤄졌다. 초·중등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교실정에 알맞은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다. 학교교육과정은 우리 학교에 맞는 교수·학습, 교과교육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등 전체 교육과정을 말한다.

학교교육과정 만들기는 질문 나누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번째 질문은 공교육기관인 학교가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격차의 영향을 줄이고 있는가이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적·정서적 결핍 등 격차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다. 두번째 질문은 학교가 우리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이다. 수업교재나 자료들은 학생들의 삶과 연결돼 좀 더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끌어야 한다. 세번째 질문은 학교가 학생들의 발달과 배움에 맞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이다. 교육적 환경은 쾌적한 교실이나 학습환경과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학교공동체문화와 교육과정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도시 소재 중학교에 이 질문들을 대입해보자. 학생들은 저소득층 가정이 40% 이상이고 낮은 학습의욕과 자존감을 보인다. 기초기본학습 역량과 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고, 학부모들의 학교참여도는 낮으나 돌봄에 대한 학교의존도는 높다. 학생들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둬야 할 교육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긍정적 자기이해와 타인존중을 위한 활동을 우선해서 넣고, 협력적 활동, 활동중심수업, 문화적 경험 제공, 학습습관 형성활동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방안들을 교과수업, 학급활동, 생활지도방안에 어디에 세심하게 넣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래에서부터 함께 세워야 한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이 질문들을 나누고 답하는 과정이 학교교육과정 만들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학생의 발달을 위한 교육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조직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백이 필요하다. 국가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학교에 요구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알맞은 교육과정을 짜놓아도 늘어나는 범교과 필수이수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과수업 및 창의적 체험활동이 어그러지기 일쑤다. 선생님들도 여백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맞는 텍스트를 고르고, 수업을 연구하고, 동료들과 수업을 나누고, 학생들의 배움에 대해 대화하고, 성찰할 여유가 필요하다.

여백을 교육적 상상력으로 채우자. 학생들이 잘 배우려면 무엇을 같이할까,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 대해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에 대해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있는 수업이 싹튼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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