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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벌 내부거래 단속, 일회용에 그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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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재벌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해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은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계열사끼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내부거래는 재벌 총수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감 몰아주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총수나 총수 자녀의 지분이 많은 회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는 내부거래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공정위 자료를 보면 47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금액은 159조6000억원)이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6.5%, 지분율이 100%인 계열사는 34.6%로 매우 높다.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재벌의 내부거래 단속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 부의 편법 세습과 경제력 집중을 막는 것이다. 내부거래 단속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김 위원장은 재벌과 소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주 안에 삼성·현대차·LG·SK 4대 그룹과 만나자고 제의했고, 재벌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장과 재벌 간 만남에 우려의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이 바로 정권과 재벌 간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깊은 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독대했다. 재벌은 경영권 세습과 총수 사면 등을 보장받고, 부패한 정권은 뇌물을 챙겼다. 따라서 이번에 공정위가 4대 그룹과의 회동 계획을 공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에 주선을 요청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권과 재벌의 만남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일자리 확충과 경제 회복에 재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재벌에 고용과 투자 확대를 구걸해서는 안된다. 재벌의 시혜를 기대하거나 재벌과 거래를 하려는 순간 재벌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재벌개혁은 모든 기업에 공정한 기회를 주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한 시장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난다. 시민들이 공정위를 응원하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구두선에 그친 재벌개혁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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