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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탈핵 정책이 우선 고려할 문제 / 강정민·프랭크 폰히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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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정민
미 NRDC 선임연구위원

프랭크 폰히펠/미 프린스턴대학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 관련하여 우선 해야 할 일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개발하고 있는 건식 재처리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양을 20분의 1로, 처분장 면적은 100분의 1로,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꿈의 신기술이라고 홍보해 왔다. 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한 2015년 미 보고서에 의하면, 파이로프로세싱은 방사능 오염된 핵연료 집합체와 피복재로부터 중간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폐기물과 금속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양은 사용후핵연료보다 더 많을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후핵연료 양을 20분의 1로 줄인다는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거짓이다.

처분장 면적과 관련한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사용후핵연료의 주요 열원인 세슘 137과 스트론튬 90을 분리하여 따로 지상에서 200~300년간 저장 후 지하 처분함으로써 처분장 면적을 줄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슘 137과 스트론튬 90은 그 기간 동안 사용후핵연료 내 가장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 물질로 분리 보관 과정에서 오히려 주변 환경으로 누설될 위험이 크다.

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후핵연료의 독성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프랑스의 연구들은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초우라늄원소를 제거하는 것이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을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이미 결론지었다. 역설적이지만 원자력연구원의 과거 연구 결과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독성을 이론적으로 1000분의 1로 줄이려면, 경수로 2기당 같은 발전 용량의 고속로가 1기 이상 필요하다. 2035년까지 국내 운영이 계획되어 있는 약 40기 경수로를 가정하면, 고속로가 20기 이상 도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60여년간 세계적으로 110조원 이상 투자했음에도 고비용과 냉각재 화재 등 안전 문제로 고속로의 상용화는 수십년 먼 미래인 것이 현실이다.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에 관한 주장이 거짓임에도, 지난 정부는 원자력연구원의 연구를 실증할 시설들을 2028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수립하였고, 예산으로 3조6천억원을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관련 시설들의 유지관리 비용, 폐쇄 후 방사능 제염해체 비용 등등 여러 필수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최소 30조원 이상이 예상된다. 경수로 1기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실증시설 예산이 30조원 이상이므로, 약 40기 경수로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전부 파이로프로세싱 처리를 하려면 가히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은 건식저장시설에 저장한 후, 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지하 깊은 처분장에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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