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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최저시급 인상,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 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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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영숙
호텔 객실 청소노동자

공기업인 ㄱ공제회 자회사인 한 호텔에서 1년째 객실 청소를 하고 있다. 우리를 일명 ‘룸메이드’라 부른다. 우리 호텔 300여명 임직원 중 룸메이드 21명만 비정규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 했지만, 비정규 노무직 처지에서는 반가우면서도 겁난다. 2017년부터 최저시급이 6030원에서 6470원으로 올랐지만 사측의 꼼수로 오히려 월급 인상분 중 11만원씩 삭감당하다 보니 그렇다.

휴게시간 포함하여 하루 9시간으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긴 하지만 룸메이드들은 업무 할당제 노동자이다. 우리 호텔 룸메이드들의 할당량은 하루에 14개 객실을 청소하는 것인데, 계속되는 객실 단위업무량 증가를 감안하여 올해부터 기본할당을 13개로 줄여주기로 약속했었다. 지난해 우리 호텔 룸메이드들의 기본급은 최저시급 6030원에 맞춘 월 126만원이었다. 회사의 기본할당 감경 약속이 지켜졌다면 발생했을 추가 수당 10만원과 최저시급 인상 반영분 9만원에 올해부터 늘린 기본할당 환산액 15만원을 반영하면 우리 급여는 33만원 상승한 159만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거기서 11만원 삭감당한 148만원에 그쳤다. 기본할당량 늘리기, 기본급화된 수당 없애기, 인원 줄이기, 무료노동을 통해 어떻게든 인건비 총액을 줄인 것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호텔 객실청소를 모두 감당하려면 기본할당 14개 외에 추가근무와 휴일근무를 해야만 할 때가 많았고, 여기서 추가수당과 휴일수당이 발생했다. 그러니까 말이 수당이지 거의 매일 반복되는 기본급화된 수당이었다. 이 중 추가수당을 ㄱ공제회와 교육부에서 인정 안 하니 올해부터는 추가수당이 사라진다고 통고받았다. 사측은 이런 분위기에서 13개로 할당량 감경은 말도 못 꺼냈다 하는데, 우리에게는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월 9만원을 그냥은 못 주겠다는 심보로밖에 안 보인다. 또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경영평가 항목 중 하나여서 만만하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회사 노조에서 내쳐진 비정규 노무직의 인건비일 것이다.

기본할당량 14개도 고강도 노동인데 객실점유가 높을 때는 하루 1인당 17~18개씩 객실을 청소한다. 메이드 혼자 감당이 안 되니, 아침과 야간에 침대 시트를 가는 등 우리를 도와주던 노무직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도와주는 사람이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야간근무에 추가근무까지 해야 한다. 기본할당을 한 개씩 줄여주기로 약속해놓고 줄이기는커녕 인원 줄여 아침근무를 무료노동으로 대체하면서 노동강도가 강해졌다. 어떻게든 비정규 노무직의 인건비를 줄이려는 회사의 노력이 눈물겹다. 최근에는 넉달간 지급을 미뤄왔던 야간근무수당을 대신해 갑자기 쉬게 했는데 그 와중에도 벼룩의 간을 빼먹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시간외 근무에다 야근이니 50%씩 두 번의 할증을 붙여서 두 배를 주지는 못할지언정 그걸 떼먹고 돈 대신 시간(대체휴무)으로 1대1 등가교환했다.

어떻게 해서든 총액을 줄이려고 최근 야간근무자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 줄여서 10시간으로 정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객실점유율이 낮다고 한 시간째 시간 외 근무 중이던 야근자의 수당 만원을 떼먹고 돌려보낸 일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올해 우리 회사 정규직 모두의 급여가 4.3% 오를 때, 비정규직인 룸메이드 21명의 급여만 결과적으로 11만원씩 삭감되면서도 일은 늘었다.

회사가 어렵고 교육부와 ㄱ공제회의 원칙이 그러하니 이해해달라고 한다. 왜 늘 가장 약자만 이해해야 하는지, 왜 실질급여는 삭감되었는데 일은 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할당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 알 것이다. 최저시급이 올라가면 회사가 그냥 올려주는 법이 절대로 없다. 반드시 기본할당을 늘린다. 그래서 최저시급 인상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물론 최저시급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고 회사는 이를 반영해 실질임금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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