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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코앞에 두고 美 불신 부를 언행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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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9일 방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워싱턴 현지 세미나에서 “북핵ㆍ미사일 활동 중단 시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 등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에 중대한 가늠자가 될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흘 앞이어서, 사전 조율 등 만반의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안팎에서 엇박자와 혼선이 이어지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 특보의 이번 워싱턴 방문은 개인자격으로 이뤄졌다. 방미 전 문 대통령이나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 센터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그가 한 발언들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한 미군 사드 배치와 대북 대화 등과 관련한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해 미국 조야에 적잖은 의심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그의 방미는 이런 의심을 누그러뜨리는 사전정지 작업의 의미를 실을 만했다. 그러나 그의 일련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그런 의심을 오히려 키우는 꼴이 된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문 특보의 발언 내용은 크게 보아 그동안 문 대통령의 언급과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15일 6ㆍ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할 경우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문 특보가 제시한 방안들이 현실적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신이 강한 미국은 이런 접근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조바심을 내고 다른 한편으로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비친다면 한미동맹 간 마찰과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 십상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압박 일변도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기조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새 정부의 대화 의지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한 마당에 대화를 서둘러 추진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에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미국 등 우방에는 불필요한 의심만 키울 수 있다. 대북 정책은 시간을 갖고 충분한 검토를 거치는 한편 미국 등 주변국들과 눈높이를 맞춰 지혜롭게 풀어가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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