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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봉준호-류승완이 쏘아 올린 묵직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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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2016년 박찬욱과 나홍진이 귀환해 충무로를 풍성하게 했다면, 올해는 봉준호와 류승완이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논의도 논의지만, 영화 외적으로도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스타트는 봉준호 감독이 찍었다. 2013년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옥자'는 개봉 전부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역시!'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극장협회로부터 "극장 상영을 전제하지 않는 영화의 경쟁 부문 초청은 불합리하다"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칸영화제는 "내년부터는 극장 상영을 전제하지 않는 영화는 초청하지 않겠다"고 논란을 일단락했지만, '옥자'는 영화제 내내 크고 작은 잡음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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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와 칸영화제 후기를 전하면서 "영화를 초청해놓고 논란을 일으켜 민망하게 하더라. 이럴 거면 룰을 제정해놓고 불러야 했지 않나 싶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프랑스 국내법까지 공부하면서 영화를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이해가 안 가는 건 칸은 국제영화제인데 왜 초청 영화에 프랑스 국내법을 적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옥자가 영화인가 아닌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은 해외에서 시작해 국내로 이어졌다. '옥자'의 극장 개봉을 앞두고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보이콧을 선언한 것. 이들 극장은 "3주라는 홀드백(한 편의 영화가 극장 상영 뒤 IPTV와 케이블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최소 상영 기간)을 지키지 않고 안방과 극장의 동시 개봉을 선택한 '옥자'는 극장 생태계를 깨뜨린다"고 입을 모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보다 넓은 스크린에서 '옥자'를 공개하고픈)제 영화적 욕심 때문에 비롯된 일"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인 뒤 "룰이 생기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옥자'가 규정이나 룰을 정비하는데 신호탄 역할을 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부드럽게 입장을 정리했다.

'옥자'의 개봉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는 29일 안방(동영상 스트리밍)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가운데 멀티플렉스 3사를 제외한 전국 79개의 극장에서만 '옥자'를 상영한다. 집과 일터 근처에서 쉽고 편하게 멀티플렉스를 찾아 영화를 관람했던 관객들은 봉준호의 신작을 보기 위해 추억 속 극장의 예매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옥자' 논란이 시발점이 돼 극장에 새로운 룰이 생길 것인가. 아니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가 투자한 영화의 극장 개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봉준호 감독이 파도가 치기 전의 거대한 바다에 큰 돌 하나를 던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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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은 영화 '군함도'를 통해 한·일 관계에 관한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획 초반만 하더라도 제작비 170억의 대작, 최고의 흥행 감독 류승완, 최고의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개봉을 앞둔 지금 최고의 관심사는 군함도(하시마 섬,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라는 소재 그 자체다.

군함도는 기억하고 치유해야 할 일제강점기 또 하나의 아픈 역사다. 그러나 가해자인 일본은 위안부와 마찬가지로 군함도에서 희생당한 조선인을 모른 척하고 있고, 하시마 섬을 자랑스럽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렸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군함도의 기괴한 이미지에 압도됐다. 그리고 그 섬, 조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적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이 어떤 영화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군함도 세트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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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제작 소식이 일본에 알려지자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군함도'가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굴하지 않고,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이날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일본 기자와 류승완 감독의 Q&A였다.

2017년 최고 기대작의 제작 보고가 이뤄지는 자리였기에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끊이질 않았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한 기자는 가장 먼저 손을 들어 회심의 질문을 던졌다.

기자는 류승완 감독에게 "이 영화가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고 했는데 몇 프로 정도가 사실인가? 또 이 영화가 히트하면 한일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류 감독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었다. 앞서 일본 보도의 논조와 위안부 재협상 문제가 현 정부의 시급한 외교 사안으로 떠올라 '군함도'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일본에 선판매됐고, 일본 관객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보다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필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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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만에 생각을 정리한 류 감독은 일본 기자를 최대한 배려를 하면서도 소신에 따라 직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영화라는 게 어떤 공법이 있어서 사실 몇프로, 창작 몇프로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다만 일본의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나서 많은 조선인들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징집되었다. 또는 속아서, 원치 않은 방식으로 군함도에서 노동을 했고 그것에 대한 임금과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일관계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일본 감독도 많고, 절친한 친구 중 일본인도 있다"고 부드럽게 운을 뗀 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해결할 것은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이치와 도리에 맞게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더불어 상업영화로서의 재미와 미덕 그리고 메시지에 내포된 보편적 공감과 울림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군함도'는 공개가 되고 나면 작품 내적인 부분과 더불어 외적으로도 한·일 관객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릴 것이다. 류승완은 늘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다. 그가 선사할 영화적 재미 그리고 묵직한 소재가 형성할 다양한 담론이 기대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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