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첫 타운홀 미팅…후보 간 치열한 신경전
이들은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희생정신을 강조했지만, 이들이 제시한 위기 타개책은 그야말로 3인 3색이었다.
한국당은 이날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어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정견발표를 들었다.
홍 전 지사는 '이념무장'을 들고나왔다.
이번 19대 대선에 나섰던 그는 "지난 대선 때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대선을 치르며 참 많을 것을 느꼈다"라고 운을 뗐다.
홍 전 지사는 "친노(친노무현) 좌파들이 폐족이 된 뒤 10년을 준비해 재집권했는데 그들이 폐족에서 살아날 수 있게 된 배경은 이념집단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우리 한국당은 과연 이념집단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한국당을) 이익집단으로 본다"면서 "국회 활동을 부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당에 참 많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굳이 대선이 끝난 지 40일밖에 안 됐는데 제가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도 염치없는 짓"이라면서도 "그래도 이 당에 22년 있었기 때문에 악역이라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당권 도전 결심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뒤이어 연단에 선 원유철 의원은 "우리 당이 이념무장을 할 때이냐"라고 홍 전 지사를 맞받아치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구성될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오만을 견제할 강력한 젊은 야당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50대 젊은 수도권 당 대표' 이미지를 내세우며 당권 경쟁에 뛰어든 원 의원은 "새로운 깃발을 들어야지 대선 연장선이 돼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희망이 없다"며 "우리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젊은층과 여성층의 지지를 얻어 승리의 깃발을 곳곳에 꽂겠다"라고 약속했다.
신 의원은 자신이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무(無)계파'라는 점을 앞세우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첫째로 계파를 없애겠다"라고 공약했다.
그는 "그래야 공천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서 "과거의 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없애고 진보적 가치 중에 중요한 건 받아들여 당의 일방통행식 노선을 바꿔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통령 탄핵과 대선 참패에 대해 사과하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당권 주자들 간의 첫 설전이었던 만큼 기 싸움도 치열했다.
홍 전 지사가 원 의원에게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말하자, 원 의원이 "그럼 지금 사퇴하십시오. 선배님"이라고 신경전을 펼쳤다.
신 의원이 전날 홍 전 지사의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발언을 두고 "중도층 포섭도 해야 하는데 언론과 불편한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발언은 우려스럽다)"라고 말하자, 홍 전 지사는 "(해당 언론사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그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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