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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6월 밀리터리 유니폼과 구단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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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는 오늘(19일)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파크에서 열린 시애틀과 홈경기에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활약보다 눈에 더 들어온 건 평소와 다른 옷차림이었습니다. 이날 추신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파우더-블루) 일색이었습니다. 모자, 유니폼 상의의 구단 로고, 무릎까지 올려 신은 양말까지 모두 밝은 하늘색이었습니다. 텍사스뿐 아니라 상대 시애틀 선수단까지 같은 복장을 해 그라운드는 하늘색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메이저리그는 아버지의 날 외에도 전 구단이 함께 하는 기념일이 여럿 있습니다. 3월 17일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를 비롯해,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Jackie Robinson Day),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Mother's Day),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을 함께 기념합니다.

선수들은 성 패트릭 데이 경기에서 초록색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합니다. 초록색은 아일랜드에 처음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인물이자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상징합니다. 4월 15일 모든 선수는 20세기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백 넘버 42번을 달고 뜁니다.

분홍색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어머니의 날에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는 핑크빛으로 물듭니다. 선수들이 사용한 분홍색 장비는 경기 후 경매를 통해 유방암 퇴치 사업에 쓰입니다. 선수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야구장에 초청하는 행사도 갖습니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는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합니다. 남북전쟁 당시 희생된 전사자들을 기리는 기념일로, 이날 모든 선수들은 밀리터리룩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합니다. 경기 후 사용된 물품은 경매에서 팔리며, 대금은 미국 보훈청 등에 기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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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BO리그에서는 10개 구단 선수단이 특정일을 함께 기념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KBO가 구단의 마케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구단이 제각각 마케팅과 관련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밀리터리 유니폼이 대표적입니다. 선수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현충일(6월6일)과 6.25 전쟁 발발일(6월25일), 국군의 날(10월1일)이 속한 주간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습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구단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에서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은 박수 받기 충분합니다.

그러나 구단마다 홈 경기 일정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통일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올해도 현충일인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주중 3연전에서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은 구단은 홈에서 경기를 치른 두산과 SK, kt에 불과합니다. 삼성,넥센, LG, 한화, 롯데 등 원정 5개 구단은 시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습니다. 9~11일 열린 주말 3연전에선 홈에서 경기를 가진 한화와 LG가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롯데는 2~4일 홈 경기에서 밀리터리 유니폼을 착용했습니다. NC는 오는 25일 6.25 전쟁 발발일에 맞춰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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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마케팅에 대한 논의는 KBO리그 내에서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논의만 있었을 뿐 진척은 없었습니다.

KBO 관계자는 “10개 구단의 통합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함께 기념일의 의미를 새기자는 의견도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구단별 연간 마케팅 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메이저리그는 하나의 업체가 30개 구단의 용품을 담당한다. 그러나 KBO리그는 구단별 용품 제작업체가 전부 다르다.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들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한 야구계 인사는 “통합 마케팅을 반대하는 구단이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른바 ‘빅마켓’으로 불리는 몇몇 인기 구단들이 KBO의 통합 마케팅을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케팅 주도권을 KBO에게 넘길 경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마케팅 부문은 구단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KBO는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당장 손해를 볼 수 있는 구단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 마케팅은 리그 발전과 ‘상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통합 마케팅은 KBO리그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사진=구단 제공)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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