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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비정규직 전환 압박에 얼어붙은 재계…비정규직 기준 합의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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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사진=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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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모호한 기준이 보완되고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무조건 나쁜 일자리로 몰아붙이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대외 정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재계가 비정규직 전환 압박으로 더욱 얼어붙은 모양새다.

30일 정부와 노동계‧기업이 발표한 비정규직 통계 등에 따르면 비정규직 기준이 확연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정의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한시적,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용역·호출 등의 형태로 종사하는 근로자 등이다.

노동연구원이 이 기준에 따라 해마다 비정규직 규모를 발표하는데 통계청이 이에 따라 집계한 지난해 비정규직은 644만 4000명으로 전체의 32.8%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계 입장은 다르다. 노동계는 무기(無期) 계약직이나 파견·도급·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직원, 정규직 근로자 중 상용직이 아닌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으로 포함해 지난해 비정규직은 873만명, 전체의 44.5%를 차지한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이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 고용 종사자들의 경우 재계에서는 개인 사업자,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실제로 고용부가 제시한 삼성, 현대차, SK, LG등 4대 그룹 비정규직 현황을 보면 LG를 제외한 3개 기업이 30% 이상을 웃돈다. LG는 16.6%로 가장 낮은 규모로 집계됐다. 반면 올해 1분기 각 기업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이 모두 5% 미만이다. 삼성 3.2%, 현대차 4.4%, SK 2.4%, LG 2.9%로 정부의 통계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정규직 전환이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경총과 정부사이의 충돌은 둘 사이의 시각차가 얼마나 큰지 여실이 보여줬다. 경총은 비정규직 전환이 기업들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경총이 사회적 양극화의 책임 주체라고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완화하려했던 지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오히려 법을 비켜가는 꼼수를 택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 전환 여부는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우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비정규직인지 그 기준부터 명확히 하고 비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직업군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 감소라는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무조건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 이후는 어떻게 고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일자리‧채용과 연관 된 만큼 후속 조치에 대한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정규직과의 처우 문제”라면서 “비정규직 전환뿐 아니라 처우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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