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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럼프 외교 헛발질에 메르켈·마크롱 '반사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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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나란히 선 메르켈과 트럼프


뉴시스

트럼프와 마크롱의 격한 악수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헛발질'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전문지 '아메리칸 인터레스트'는 29일(현지시간) '메르켈과 마크롱에게 주는 트럼프의 선물'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의 외교가 그의 의도와는 달리 독일과 프랑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유럽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려 했다. 그는 나토 무용지물론과 EU 비관론으로 유럽 동맹국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언행은 오히려 유럽 내 미국 영향력을 줄이고, 메르켈과 마크롱에게 정치적 선물을 안기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메르켈은 회의 일정을 마친 뒤 독일에서 진행한 총선 유세 도중 "유럽의 운명은 이제 우리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탈퇴를 택한 영국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아메리칸 인터레스트'는 메르켈이 트럼프의 부정적 메시지 덕분에 독일 내 지지기반 결집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봤다. 또 총선 경쟁당인 독일 사회민주당(SP)마저 메르켈을 옹호하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나토-G7 회의에서 좀 더 외교적으로 행동하며 독일과의 친선을 도모했더라면 차라리 메르켈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메르켈이 트럼프 비판을 통해, 갈수록 평판이 나빠지고 있는 트럼프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서구 동맹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갓 취임한 프랑스의 마크롱 역시 트럼프 덕분에 국제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는 트럼프의 기행으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의 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기에 임기를 시작한다.

현재 프랑스는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최고 우방으로 급부상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 러시아의 위협, 영국의 EU 탈퇴 등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독일이 EU를 지키기 위해 손잡을 만한 파트너는 프랑스가 유일하다.

덕분에 마크롱은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협력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개혁 등 자신의 핵심 공약을 밀어붙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 같은 정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영국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한층 더 강력한 EU 결속을 추진한다면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에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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