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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뭄·폭염 후유증①]'생활물가' 5년만에 최고…"스태그플레이션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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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물가 5년 만에 최고치…소비자물가 1.9% 상승
석유류 11.7% 상승, 물가 상승 주도…가뭄에 농축수산물도 4.5↑
현대경제硏…"폭염 등 물가 상승 압박 거세…스태그플레이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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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지수 [사진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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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극심한 봄 가뭄에 이른 더위까지 찾아왔다.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논바닥이 바짝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폭염 예보도 내려졌다. 가뭄과 더위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밥상물가는 물론 환율 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으로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 가까이 상승했다. 물가는 2014년 8월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월간 기준으로 한 번도 1.5%를 넘지 못한 채 저물가 국면을 이어왔다. 2015년 2~11월까지 10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수시로 상승률이 0%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에 2.0%로 깜짝 상승하더니 2월 1.9%, 3월 2.2% 등 2%가량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3월 상승률은 2012년 6월(2.2%) 이후 월간 기준으로 4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4월 물가상승률도 4월 기준으로는 2012년 4월(2.6%)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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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4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했다.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3%와 1.5% 상승했다.

석유류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1.7%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농축수산물도 4.5%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유가 조정 움직임이 있으나 봄철 가뭄 등 향후 물가상승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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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호가 가뭄에 바닥을 드러냈다. 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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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되면 생활불편에 이어 물가상승 등 가정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물가가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뭄과 폭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이 저성장과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인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쁘면 수요 부족 등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것과 반대로 경기가 안 좋은데도 물가까지 뛰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공급자 측에 의해 주도되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수년간 지속하던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마감되고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이행해 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 상승 요인을 수요자 측 요인과 공급자 측 요인, 대외 요인으로 구분했다.

수요 측 요인으로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2.7%)보다 낮은 2.3% 수준으로 예상되며, 디플레이션갭이 지속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여전히 낮다. 그러나 공급 측에서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점차 오르며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 중반 수준까지 올랐다. 농산물 물가도 폭염과 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12.8% 급등했으며 이후에도 설 수요 확대 등으로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또 축산물은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폭이 확대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올해도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주요 전망 기관은 국제유가가 올해 말 50달러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옥수수, 소맥,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대체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외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내수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 등 실물 부문의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며 "정책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어렵게 해 통화정책 역시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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