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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D-1' 세계 최초 UHD방송 나와도 볼 사람 없다… TV 보급대수 고작 10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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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이하 지상파 3사)가 오는 31일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본방송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허울뿐인 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이 가능한 TV 보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데다 유료방송(케이블, 인터넷TV(IPTV), 위성)을 통한 재송신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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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TV 유형에 따른 직접 수신 방법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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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HD 방송 나와도 못 본다”… 시작부터 시청자 없는 UHD 방송

30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UHD 방송을 시작해도 이를 시청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국내에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표준기술인 미국식 ATSC 3.0을 수신해 시청할 수 있는 TV가 필요한데 이 사양의 UHD TV는 지난 4월 첫 출시돼 현재까지 판매량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UHD 방송 시청을 위해선 별도의 실내 안테나까지 필요하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UHD 방송을 바로 시청 가능한 TV가 100대 가량 보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UHD 방송이 시작돼도 이를 시청할 수 있는 시청자는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UHD TV가 출시됐었지만 기술표준이 유럽식을 따랐기 때문에 현재 지상파가 준비중인 미국식 표준과는 달라 방송 시청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팔린 UHD TV는 유럽식 표준(DVB-T2)으로 국내에 약 100만대 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매년 수행하는 ‘2016년 방송매체이용행태’ 조사에서도 전체 조사 대상 가구(전국 4388가구) 중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에 불과했다. 지상파 UHD 방송이 채택한 미국식 표준과는 달라 기존에 팔린 UHD TV로는 시청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 LG전자 등 TV 제조사들이 기존에 나온 TV로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셋톱박스(수신변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고가의 UHD TV를 구매한 일부 시청자에만 제공된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UHD TV 보급이 지금 당장은 많지 않지만 서비스 시행 초기라서 그러한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수요가 늘고 공급가격이 내려가면서 UHD TV 보급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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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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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방송 통한 재송 두고 첨예한 이해관계… “문제는 재송신료 인상”

지상파 UHD 방송 수신문제가 불거지면서 케이블, IPTV, 위성 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한 재송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3사와 유료방송사들 간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지상파 3사가 UHD 방송을 재송신료 인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유료방송사와의 UHD 방송 재송신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상파 3사는 ‘UHD 방송 직수신’을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고 지상파 TV만 이용하는 가구는 전체가구 중 5%에 불과하다. 95%의 가구가 유료방송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사들도 지상파 3사에 UHD 방송 재송신 요청하는 데 회의적이다. 지난 2012년 지상파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유료방송사에 재송신료(CPS)를 요구한 것처럼 고화질(HD)에서 UHD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재송신료 인상의 빌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사 입장에서는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케이블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업계 입장에서는 굳이 UHD 방송을 지금 당장 재송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상파 3사가 정부로부터 무료로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 UHD 방송을 추진한 만큼 공공재의 성격이 있는데 이를 빌미로 유료방송사로부터 재송신료 인상을 추진한다면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유료방송으로 UHD 방송을 재송신 하지 않고 직수신 원칙을 내세운 것은 시청자 환경이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을만큼 많이 발전했고, 유료방송이 아니라 직수신으로 하면 시청자들이 공짜로 이용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유료방송으로 재송신을 한다면 UHD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재송신료에 당연히 반영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실장은 “아직은 UHD 방송 재송신 단가 산정을 논의하기에는 시기 상조이지만, 기존 지상파 재송신 사례를 볼 때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의 재송신료 협상은 당사자 간의 자율협상으로 진행됐다. 협상이 결렬되면 유료방송 화면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이 검은 화면으로 나오는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등 시청자가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2011년 이후 재송신료 분쟁으로 인한 지상파 프로그램 송출 중단 사례는 총 7번으로 2100만 가구가 시청권을 침해받았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재송신료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재송신료 협상의 핵심인 재송신료 대가 산정 공식에 대한 내용은 빠져 ‘핵심이 빠진 가이드라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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