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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불황과 고임대료가 빚은 대로변 1층 상가 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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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이 비었으면 다른 층은 볼 것도 없는 거죠. 역설적인 건, 그래도 임대료가 절대 안 내려간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주요 상권의 대로변 1층 상가가 비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면도로에 숨은 상가도 아니고, 지하에 숨었거나 올려다봐야 할 위치도 아닌 주요 상권의 1층 점포가 비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불황에 매출 감소로 더는 버티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빠지기도 하지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비자발적 이탈’이 대로변 1층 공실을 빚어내고 있다.

사정이 어느 정도인지 조선비즈가 직접 서울 주요 상권으로 알려진 강남대로변과 홍대 인근 양화로, 청담동 명품거리 등을 훑었다.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주요 대로변의 상가 1층 자리에는 빈 점포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공실을 세어본 결과, 강남대로에는 11개, 양화로에는 5개, 청담동 명품거리에는 2개의 공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도로가는 왕복 8차선 이상의 큰 도로 주변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지하철 노선이 2개 이상 지나는 환승역 주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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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로변 건물 1층에 임차인을 찾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상빈 기자



빈 가게들은 카페와 화장품가게, 옷가게 등 리테일(소매) 상점들이 들어섰던 곳들이 대부분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대로변 11개의 1층 공실 중, 전에 입점했던 가게들은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 등 의류 매장이 3곳, 카페 2곳, 분양홍보관 2곳, 은행 2곳, 휴대폰 가게 1곳, 소매점 1곳 등이었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을 잇는 양화로변에는 5곳의 빈 1층 가게가 있었다. 올해 초 새로 준공돼 아직 빈 공간을 채우지 못한 곳도 있지만, 오랜 기간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었던 매장과 유명 신발 브랜드의 점포로 쓰였던 곳이 1년 이상 비워진 채 남아 있기도 했다. 화장품점과 예식장이었던 곳이 공실이 된 곳들도 있었다. 청담동 명품거리의 1층 공실 자리는 해외 유명 남성 패션 브랜드숍이 있었던 곳이다.

대로변 1층 상가는 눈에 잘 띄고 고객이 드나들기 편해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하는 임차인들이 선호했다. 같은 건물이라도 3~4층보다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가 몇 배씩 비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1층 선호도가 높다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이 매출 감소와 높은 임대료를 버틸 재간은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서울 상가 건물의 1층 임대료는 1㎡당 3만9000원으로 2층(2만4700원)과 3층(2만500원)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특히 명동과 강남 등 프라임 상권의 1층 임대료는 각각 1㎡당 6만8300원과 12만3100원으로 2층의 2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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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홍대·청담 주변 대로변에 1층이 빈 상가 건물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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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있다가 빠진 곳이 공실로 계속 남은 경우도 많다. 지점 구조조정을 하는 은행권이 지점 수를 줄이면서 은행이 빠진 자리를 건물주가 다른 임차자로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은행이 아니고선 기존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고 들어올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의류, 잡화 등 리테일 업황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다. 예전에는 광고효과가 좋은 곳이라면 매출이 적더라도 대로변 1층 자리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기도 했지만, 요즘은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로변 1층 자리를 고수하려는 곳이 드물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불황에 매출액은 떨어지지만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이라고 해도 공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임대료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1층 공실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빈 기자(seetheunse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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