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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의정부 경전철 파산했는데… 지자체들 이번엔 '트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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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마다 '트램 1호 도시' 내걸고 경쟁]

도시의 도로 위를 달리는 電車… 서울·대전·수원 등 10곳 경쟁

"분석없이 덤볐다간 낭패볼수도"

- 정확한 수요예측 없는것도 문제

부산, 4개 노선 2020년 착공 계획

서울, 위례신도시·목동 설치 추진

대전, 작년 7월 노선 확정해 발표

조선일보

대전 도심의 한밭대로를 달리게 될 트램의 가상도. 대전시는 “국내 최초 트램 도시가 되겠다”며 지난해 7월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선을 확정, 발표했다. 2025년 완공이 목표다. /대전시


전국 지자체들이 트램(Tram·노면 전차) 도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서울·대전·수원 등이 서로 '트램 1호 도시' 가 되겠다며 삼파전을 벌이고 있고 부산, 대구, 경기 화성 등 7곳도 가세했다.

트램은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고 건설·운영비도 적다. 경전철의 3분의 1, 지하철의 6분의 1 정도다. 그러나 트램 경쟁에 나선 지자체들이 면밀한 수요 예측이나 재원 마련 방안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칫 운행 4년여 만에 3676억원 적자(赤字)가 누적되며 파산 선고를 받은 의정부 경전철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의정부 경전철처럼 '민자(民資) 유치'를 통하거나 국비(國費)를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대전시다. 2014년 권선택 대전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주요 시책'으로 삼았다. 권 시장은 "대전을 국내 최초의 트램 도시로 만들겠다"며 애초 자기부상열차로 진행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 방식으로 변경했다. 권 시장은 현장 설명회, 각종 매체 홍보 등에도 빠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조기 착공 지원'을 충청권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전시는 지난해 7월 37.4㎞에 달하는 트램 노선을 확정, 발표했다. 사업비 6649억원을 들여 2025년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대전시는 사업비 중 60%를 국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원을 공약한 만큼 국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전시는 하루 11만8000명이 트램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전시 인구 151만명의 7.8%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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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도심 대덕대교를 지나는 트램의 모습을 가상으로 합성한 사진. 이 트램은 평균 시속 26㎞로 도심을 달릴 수 있다.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과 한밭수목원, 유성온천 등과 연계해 트램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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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는 수원역~팔달문~화성행궁~장안구청에 이르는 6.17㎞ 구간에 트램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수원시가 우리나라에서 트램이 달리는 첫 번째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도입을 공식화했다. 2018년 착공하고 상대적으로 구간이 짧기 때문에 대전보다 먼저 완공할 수 있다는 것이 수원시의 입장이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등과 연계해 관광에도 활용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도 ‘트램 1호 도시’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기세다. 서울시는 2008년 위례신도시 택지 개발 시작 당시부터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우리가 시작하자 다른 지자체에서 따라 한 것”이라고 했다.

트램 후보지는 위례신도시와 목동이다. 위례선 트램은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복정역 사이 5.44㎞ 구간에 설치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민자를 유치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조사를 의뢰했고 7월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목동 일대 트램 도입 문제는 타당성 조사 용역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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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도 동탄신도시의 기존 전철역과 연계하는 방식의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반월교차로~오산역(23.7㎞), 2단계로 병점역~동탄역(8.6㎞) 구간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비가 1조원에 가깝다. 민자 유치 대상이다. 경기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의 판교역~성남산업단지(10.3㎞), 판교차량기지~정자역(13.7㎞) 구간에 트램을 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시흥시는 오이도역~오이도(6.5㎞) 구간, 부천시는 송내역~부천역(9.1㎞) 구간에 트램을 건설하겠다며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했다.

부산시는 강서, 송도, 정관 등 4개 노선에 트램 설치 계획을 갖고 있다. 부산시는 이르면 2020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구시는 도시철도 3호선의 연장 구간인 엑스코~수성구민운동장역 12.4㎞, 용지역~혁신도시 13㎞ 등 2개 구간을 계획했다.

트램은 전 세계 50개국 400개 도시에서 운행된다. 주로 유럽에 많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항만 지구에 트램을 설치해 관광객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타고 내리기 편해 노약자가 이용하기 적합하다. 트램으로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는 “트램은 도로를 혼잡하게 해 차량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교통수단”이라며 “경전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는 다른 방향으로 수요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절이나 경기(景氣)에 영향을 많이 받는 관광객 수요를 반영하는 식의 수요 예측,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이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화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트램은 도로를 점유하고 달리기 때문에 동일한 지역을 운행하는 차량을 어떻게 줄일지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경전철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트램이 차량 운행을 방해해 체증을 발생시키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대전의 버스·택시 기사들은 “트램이 생기면 고객이 크게 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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