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장민석 “남의 폼 따라하지만 내 방망이 무섭대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타격자세 바꿔 재미 본 선수들

타율 0.279 장민석 ‘오픈스탠스’… 日 나카무라 보면서 영감 얻어

김태군-박세혁-나주환도 ‘모방 타법’으로 약점 보완

동아일보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다른 선수의 타격 자세를 모방해 재미를 본 4인방이 있다. 원래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팀 기여도가 높았지만 이제는 상대 투수들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타자가 됐다.

한화 장민석은 3할에 가까운 타율(29일 현재 0.279)로 부상을 당한 간판스타 이용규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19타수 8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해까지 맞히는 데 급급했던 장민석은 왼쪽 타석에서 아예 오른발을 타석 바깥쪽으로 빼내 45도 각도로 투수를 바라보는 ‘오픈 스탠스’ 자세로 동작을 바꿨다. 투수 쪽으로 몸을 열어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오른발을 가운데로 거둬들이면서 몸쪽과 바깥쪽에 흘러나가는 공에 대처가 좋아졌다. 여기에 왼팔을 2, 3차례 리듬 있게 흔들면서 오른쪽 어깨가 열리지 않고 부드럽게 스윙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이런 타격 자세는 일본프로야구 정상급 좌타자인 나카무라 아키라(소프트뱅크)의 폼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4년 두산 시절 스프링캠프에서 나카무라를 유심히 관찰했던 장민석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본격적으로 나카무라의 타격 폼을 자신에게 맞게 입혔다. 장민석은 “꾸준히 폼을 연습하며 바깥쪽 공을 오래 보는 연습을 했다. 나카무라처럼 바깥쪽 공을 잘 밀어 치는 스윙이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형 포수였던 NC 김태군은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중심 타자인 저스틴 터너와 두산 포수 양의지의 타격 자세를 섞어 부채살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 김태군의 타율은 포수로서는 높은 0.268이다.

원래 김태군은 의도적으로 우측 방향으로 타구를 밀어 치기 위해 왼발을 1, 2루 간으로 향하게 놓고 웅크리는 타격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김태군도 역시 올 시즌 투수를 비스듬히 바라보는 ‘오픈 스탠스’ 자세로 폼을 바꾸면서 몸쪽 공을 끌어당겨 쳐내는 안타 비중이 높아졌다. NC 김경문 감독은 “시즌 직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대표팀에서 양의지와 의견을 나누고 타격 폼을 바꾸고 왔더라”며 “전체적으로 몸쪽,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가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볼티모어 김현수를 연상케 하는 타격 폼으로 변신한 두산의 박세혁도 29일 현재 37타수에 불과하지만 12안타(타율 0.324, 홈런 2개)로 양의지의 백업 포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박세혁은 지난해와 달리 방망이를 어깨 바로 위까지 눕혔다. 스윙이 빠르게 나오는 데다 충분한 허리 회전까지 동반해 타구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방망이를 눕힌 타격 자세는 아버지인 박철우 두산 잔류군 타격 코치의 현역 시절 자세와 닮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에 도전하는 SK 나주환도 바뀐 타격 자세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방망이를 얼굴 앞에서 잡고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턱을 왼쪽 어깨 쪽으로 바짝 붙이고 방망이는 왼쪽 팔을 최대한 뻗어 뒤쪽에서 잡고 있다. 삼성 이승엽과 한화 김태균을 떠올리게 한다. ‘히팅 포인트’가 뒤로 형성되면서 떨어지는 유인구 등에 잘 속지 않고 있다. 몸쪽으로 붙는 공도 밀리지 않고 좌측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