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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익 뒷전…낯뜨거운 `정부부처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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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처 밥그릇 싸움 / 8일간 국정위 업무보고 분석 ◆

"지방소비세를 11%에서 20%로 올리겠습니다." (행정자치부)

"저희는 처음 듣는 얘긴데요. 그 돈 다 주면 중앙정부 공약 사업은 하지 말란 얘긴데…." (기획재정부)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 이후 여드레 동안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 정부 관료들은 국익에 앞서 자기 부처만 생각하는 '부처 이기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자문위원들이 아직 국정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도 전에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설득 작업과 함께 관계부처와는 한마디 상의 없이 대통령 공약을 일방적으로 정책으로 만들어 보고하는 '충성 경쟁'도 치열했다.

2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난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 때 현행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0%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안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 기조에 맞춰 취약한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해마다 세제개편안을 만드는 기재부와는 전혀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보고를 했다는 데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5조~6조원 규모의 큰돈을 조정해야 하는 일인데, 우리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황당해했다.

이에 행자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지방재정을 확충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아직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국정기획자문위와의 조정이 남아 있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책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관할권을 놓고도 기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유력한 새로운 주무부처가 될 중소기업청(신설 중기벤처부로 흡수 예정) 간 물밑 신경전이 이어졌다.

금융위는 지난주 업무보고에서 신보·기보 등 정책기관 재원 투입을 전제로 한 '삼세번 재기지원 펀드' 3000억원 조성 방안 마련을 보고했다. 공교롭게도 중기청 역시 비슷한 목적의 펀드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결국 국정기획위가 "두 펀드를 합쳐 총 5000억원"이라고 교통정리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보다 못한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29일 전체회의 모두 발언에서 "조직 이기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며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려고 하는 것이 눈에 띈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국정과제 선정 및 기본틀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과제를 걸러내는 작업을 별도로 하기로 했다.

[조시영 기자 / 정석우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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