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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축구라서 더 특별한 '비디오 판독(VAR)'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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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A의 비디오판독 소개 영상

이번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이 연일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골칫거리였던 '오심'을 빠른 시간 안에 족집게처럼 집어내며 선수와 팬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축구의 비디오 판독이 이렇게 빨리 정착되고 있는 데에는 다른 종목과는 다른 축구만의 독특한 '판독 시스템' 때문입니다.

● '챌린지'가 아니라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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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이 먼저 도입된 테니스, 야구, 농구 등에서는 '챌린지(Challenge)'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판정에 불만이 있을 때는 선수나 감독이 정해진 횟수만큼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한 마디로 심판의 판정에 도전(challenge)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챌린지' 시스템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은 좀 다른데, 프로야구의 경우 중앙에 있는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최종 결정해 경기장에 있는 주심에게 헤드셋으로 통보하는 방식이고, 농구나 배구는 경기장의 주심이 직접 화면을 보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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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축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VAR이라는 '도우미' 시스템입니다. VAR은 Video Assistant Referees의 약자로 '비디오 부심'이라는 또 하나의 심판입니다.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주심과 2명의 부심, 또 대기심 외에 '비디오 부심' 2명을 추가로 배정해 '비디오'를 분석해 공식 심판진을 돕게 한 겁니다. 선수나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자격이 없고, 주심이 애매한 상황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직접 화면을 확인하거나, 주심의 요청이 없더라도 '비디오 부심'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주심에게 오심 의견을 통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주심이 합니다.

따라서 선수나 감독의 '비디오 판독' 신청을 받아 경기를 중단시키고 '판독'하는 챌린지 방식보다는 경기가 진행 중인 동안 '비디오 부심'이 계속해서 오심 여부를 체크하는 '도우미' 방식은 시간과 정확도를 높이면서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겁니다.

● 판독 횟수 무제한…정확도는 최대한

비디오 판독의 범위는 크게 4가지입니다. 골, PK, 퇴장과 관련된 상황이 가장 일반적인 3가지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고 선수'를 잘못 특정했을 때 이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mistaken identity'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네 번째 '신원 확인'이외 세 가지 주요 상황에서 모두 비디오 판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비디오 판독 횟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경기가 계속되는 90분 내내 '비디오 부심'들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의심이 가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판독을 반복하고, 문제가 있으면 헤드셋으로 주심에게 의견을 통보합니다. 비디오 판독에는 방송사 카메라 10여 대 외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자체적으로 경기장에 설치한 카메라까지 가세합니다. FIFA가 설치한 카메라는 움직이는 방송사 카메라와는 달리 한 곳만 비추고 있어 중계 카메라가 놓쳐버린 곳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립니다.

● 운명을 바꾸는 비디오 판독…보완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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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운명을 바꾼 '비디오 판독'

우리나라의 16강 상대가 정해지는 지난 27일 C조 포르투갈과 이란의 3차전은 '비디오 판독'으로 운명이 갈렸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은 1무 1패, 이란은 1승 1패를 기록 중이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무조건 이겨야 했고, 이란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1대 1로 맞선 후반 2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란의 슈팅이 포르투갈 수비수의 팔 부위를 맞고 튄 상황에서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습니다. 16강을 사실상 확정할 수 있었던 이란 선수들은 환호했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울상이 됐습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팔을 몸에 붙였다”면서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단호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비디오 부심'은 주심에게 오심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고, 주심은 잠시 경기를 멈추더니 직접 비디오를 확인한 뒤 최초의 판정을 번복하고 인플레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포르투갈은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16강에 오르며 비디오 판독의 최대 수혜자가 됐고, 이란은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짐을 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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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기니와 개막전에서 '조영욱의 골'이 취소되면서 비디오 판독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당시 주심은 '골'은 선언했다가 우리 선수들이 세리머니하는 사이 '비디오 부심'의 판독 결과를 듣고 판정을 번복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최초에 오프사이드로 노골이 선언됐다가 '비디오 판독'을 거쳐 골을 되찾은 뒤 뒤늦게 세리머니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비디오 판독'은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심을 100% 잡으려는 노력'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면서 경기 흐름에 지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21일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경기에서는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해야 하는 반칙을 잡지 못하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다가 2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에 '비디오 부심'의 의견을 듣고 뒤늦게 페널티킥을 선언했습니다. 그 사이 두 팀은 한번 씩 공격 기회를 잡았는데, 만일 그 사이 골이 나왔다면 상황은 복잡하게 흘렀을 겁니다. 최초의 반칙이 나왔을 때 선수들은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비디오 부심'의 꼼꼼한 체크로 지나간 2분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되돌려 버린 겁니다. 이처럼 주심이 반칙을 잡지 못한 뒤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됐을 경우 과연 '비디오 부심'이 경기 흐름을 끊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는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보완점에 대한 지적은 있지만, 축구만의 특별한 ‘비디오 판독’은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며 빠르게 정착하면서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주영민 기자 nag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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