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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칸영화제 핵심정리 `세대 교체·여성감독 약진·한국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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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회 칸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28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더 스퀘어'의 루벤 외스틀룬드(43·스웨덴)를 호명하자 객석에서 탄성과 환호가 터져나왔다. 외스틀룬드는 지난해 수상자인 켄 로치(80·영국)보다 37세 젊은 감독.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으며 단상 위로 펄쩍 뛰어오른 그는 이렇게 외쳤다. "오, 세상에나!"

'더 스퀘어'는 외스틀룬드가 이번에 처음으로 영어로 찍은 작품이다. 지난 4월 칸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경쟁작을 발표할 땐 포함되지 않았으나, 뒤늦게 열 아홉 번째 경쟁작으로 초청돼 최고상 영예까지 안게 됐다. 영화는 박물관에서 설치 전시를 하게 된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 코미디물. 예술가의 개인사를 구심점으로 정치적인 드라마를 잘 극화했다고 평가받는다.

심사위원장 알모도바르는 "정치적인 정확성과 그 덫에 걸린 사람들의 독재를 탐구한 영화"라고 평했다. 올해 거장급 감독 출품작이 드문 가운데 외스틀룬드의 수상은 칸에 세대 교체 붐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3년 연속 유럽영화에만 황금종려상이 돌아간 건 이 영화제 수상 방식이 다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비껴가기 힘들 듯하다.

한국영화 두 편('그 후' '옥자')의 수상은 불발됐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이변도 논란도 없었다고 평가받는다. 심사위원대상작 '120BPM'(감독 로뱅 캉피요)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러블리스'(감독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모두 뛰어난 작품성으로 해외 평단의 고른 지지와 호평을 이끌어낸 영화들이다.

국제적인 에이즈 운동단체 액트 업(ACT UP)의 이야기를 그린 '120BPM'은 영화제 초기인 20일 오전 처음 공개돼 호평과 찬사를 내내 이끌어왔다. 프랑스 영화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2.93점(4점 만점)으로 유럽 평단의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고, 폐막식 전날 국제비평가협회상을 타내기도 했다. 이혼을 목전에 둔 어느 부부가 실종된 12살 아들을 찾는다는 이야기인 '러브리스' 또한 영미권 영화지 스크린데일리에서 3.2점(4점 만점)이라는 최고 평점을 받아냈다.

여성 감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매일경제가 지난 보도(▷4월 22일자 A21면 참조)에서 예상했듯 제70회 칸영화제는 여성 감독이 주요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총 세 명의 여감독이 진출했고, 소피아 코폴라, 린 램지가 수상의 영예를 떠안았다. 영화 '대부'의 프랜시스 코폴라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는 '매혹당한 사람들'로 감독상이 돌아갔는데, 여성 감독이 칸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건 1961년 소련 감독 율리야이 폴리 토프 나 솔트 세바 이래 56년만이다. 소피아 코폴라는 이날 시상식에서 "나에게 작법과 영화감독이 되는 법을 알려준 아버지와 예술가가 되는 법을 알려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좋은 롤모델이자 여성 감독으로서 동기부여를 해준 제인 캠피온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신성 린 램지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와 함께 공동 각본상을 수상했다. 주연배우 호아킨 피닉스 또한 남우주연상을 타내며 칸 2관왕에 올랐다. 반면 경쟁부문의 유일한 거장 미하엘 하네케는 5년 만에 '해피엔드'를 들고 칸을 찾았지만 혹평 세례를 받으며 빈손으로 퇴장해야 했다.

올해 칸의 여제는 다이앤 크루거였다. 파티 아킨 감독의 '인 더 페이드'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크루거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잠깐, 뭐라고요"라는 제목으로 트로피 인증사진을 올리며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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