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TF프리즘] 이낙연·서훈·강경화…청백리 황희도 통과 못할 청문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문재인 정부가 최근 야당의 인사청문회 제동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회에 앞서 잔기침을 하며 목을 푸는 이낙연 후보자. /이새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팩트ㅣ오경희 기자] '청백리 황희가 인사청문회장에 서도 100% 낙마다.'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발목이 잡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4일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총리가 되고 싶냐'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황희 정승을 꼽으며 "국민의 의견을 두루 듣는 총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선 최고의 청백리(淸白吏)리이자 18년이나 국무총리 격인 영의정을 지낸 황희도 2017년 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 3월 10일(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파격·소통' 행보로 합격점을 받으며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인사청문회'로 첫 고비를 맞았다. 야당은 이낙연 후보자의 위장전입 등을 문제삼았고, 결국 지난 26일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전남지사와 4선 의원을 지냈기에 무난한 청문회 통과가 예상됐던 터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현실을 맞닦뜨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29일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다음 달 초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역시 각각 '재산증식' '위장전입' 등으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황희 얘기로 돌아가 보자. 황희는 조선 초기 국가 기틀을 마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청백리로 칭송된다. 세종대왕 치세에서 영의정을 맡아 농사 개량, 예법 정비 등 숱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유교 사회에서 '인재'의 표상이었다. 후대에 성품이 너그럽고 신중했으며, 바른 말을 잘 했고, 강직했다고 평가받는다. 2번이나 좌천되고 4년 동안 귀양을 갔다. 세종 31년(1499년) 실록에는 "너그럽고 후한 데다 분경(紛更·뒤헝클어 고침)을 좋아하지 않고 여론을 잘 진정시켜 참된 재상(眞宰相)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청백리' 황희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실세'였던 황희는 뇌물수수, 관직알선 등과 관련해 많은 의혹을 받았고, 그의 사위인 서달이 '나를 몰라본다'며 지방관아의 아전을 때려죽인 일도 있었다. 당시 고위층을 총동원해 이를 축소·은폐한 의혹을 받았고, 파직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세종은 여러 차례 그를 다시 기용했다. 세종은 탁월한 능력과 정치력 때문에 그를 감싸 안았다는 게 역사가들의 해석이다.

더팩트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에서 귀국해 공항을 빠져나가던 당시./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밟는 제도로, 우리나라엔 2000년 6월에 도입(국무총리 대상)됐다. 이후 많은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정책검증보다 사생활 등 '도덕성'에 무게를 뒀다. 여기에 여야가 놓인 정치적 역학관계도 한몫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병역비리,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중 한가지만 걸려도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지난 15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임명을 할 때)200여 개의 검증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면 위장전입은 당연히 나온다. 문제는 내용인데 대체로 투기는 곤란하지만, 자녀 학교 문제 등 나머지는 좀 이해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있다. 실제로 아마 위장전입만으로 낙마한 사람은 없을 거다. 이런 것까지 엄격하게 거르면 사실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밝혔다.

더팩트

문재인 대통령은 '5대 비리 고위공직자 배제' 원칙을 내세웠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 전 실장의 말에 비춰보면, 법과 실제의 간극을 0%로 좁히기가 여간 어렵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위장전입 사실을 먼저 공개적으로 밝혔다. 도덕성 흠결요소에도 '비(非) 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첫 여성국장으로, 한국 여성 중 유엔 최고위직에 임명되는 등 외교분야에서 최초, 최고,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 전문가'인 강 후보자의 능력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 후보자 청문회로 인해 난항을 겪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위 공직자 임명 절차를 원활히 이끌기 위해 새 고위공직자 인사 청문 기준을 마련하자고 지난 28일 야당에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같은 맥락에서 같은 날 새로운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시대별로 용인되는 도덕적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야당은 이 역시 반발했다.

인사에 있어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고루 갖춘 사람을 등용하고 일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인사청문회사(史)에서 여야 간 주도권 다툼으로 말미암아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순환을 반복한다면, 이 역시 적폐이지 않을까. 차제에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을 '새로운 관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