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美 NSC, 군출신 많아 대외정책도 강경 일변기조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P 지적, 25개 주요 보직 중 8개가 군 출신

"문민 통제 메커니즘 필요"…"실전 경험 군이 무력 사용 더 신중"반론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의 외교 안보정책 사령탑 격인 국가안보회의(NSC)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과 함께 군 출신 인사가 늘어나면서 주요 대외정책이 강경 기조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현재 NSC 내 25개 주요 정책ㆍ지휘 보직 가운데 8개가 전·현직 군 장성 출신들로 채워진 상태라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2개보다 많이 늘어난 셈이다.

WP에 따르면 특히 현역 육군 중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해병 대장인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역시 해병 대장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국토안보부장관 등 전·현직 장성 출신 4명이 군부의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또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이 취임 초기 군 출신 인사들을 NSC 관리로 발탁한 데 이어 맥매스터 보좌관 역시 군 출신을 스태프로 중용했다.

이들은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대(對) 아프가니스탄 전략 수정 관련 회의에서 미군 병력 증강 등 강경책을 제시, 유화적인 국무부와 갈등을 예고했다.

NSC 주요 보직자들이 민간인 대신 군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군에 대한 신뢰와 군사력 과시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트럼프는 유세 기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무력화하고, 북한과 이란 등 주요 적대국들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부터 대외정책과 NSC에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중동정책과 관련해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봉쇄와 IS 등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강경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아랍권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는 폐쇄적이고 압제적인 이슬람권 사회에서의 인권 옹호와 개혁을 선호한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와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트럼프의 이런 정책 변화는 미군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인 데다가 대선 당시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던 공화당 외교 분야 기득권 세력의 태도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예멘과 소말리아와 관련, 트럼프는 현지 미군 지휘관들에게 기습 공격과 미사일 발사권한 등 작전권 행사를 대폭 확대했다. 이는 백악관이 일선 지휘관들의 작전권 행사를 엄격하게 관리해온 오바마 행정부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와 스티븐 배넌 대통령 수석 전략가를 포함한 백악관 일부의 반발에도 미군 증강과 반군 세력 탈레반에 대한 공격 재량권 확대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던퍼드 합참의장(오른쪽 군복 차림)[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일부 분석가들은 부시 정권 당시 이라크 내 반란과 관련해 강경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관여한 상당수의 군 출신 NSC 주요 인사들이 이라크, 예멘, 시리아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군 출신 NSC 인사들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지난 15년 동안 진행된 무력충돌에만 골몰해온 결과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육군 대령 출신인 앤드류 바세비치 보스턴대 교수는 "과거 경험에서 벗어나 이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동료들을 바라보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군 출신 인사들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자각을 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직을 지낸 데렉 촐렛은 "전략과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민간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군인들이 NSC에서 근무하는 것은 오랜 전통으로 이들은 민간인 상사와 외부 전문가들의 지휘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 출신자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대외정책에 간여하는 광범위한 민간기관들을 효과적으로 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상명하복에 익숙한 군인의 속성상 자신들이 되돌아갈 '친정'인 국방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 군부 인사들이 이라크전 실패를 교훈 삼아 보다 신중한 견해를 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시 시절 백악관 고위 관리를 지낸 피터 피버 듀크대 교수는 "일반적 통념이란 게 이런 상황에서는 가끔 틀린다"면서 " 경험을 통해 군은 무력사용에 있어 좀 더 신중하다. 그러나 무력을 사용하게 되면 제한 없이 이를 실행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shk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